📢최근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전국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면서 현장배치플랜트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장배치플랜트는 공사 현장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하는 설비로, 서울 공장 철거에 따른 레미콘 수급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정부가 레미콘업계의 요구를 수용한 현장배치플랜트 개정안을 재행정예고 했지만, 운송업계가 이에 반발하고 있어 시공사 및 레미콘 제조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서울 레미콘 공장 철거에 따른 레미콘 수급 불안 문제와 현장배치플랜트 설치를 둘러싼 갈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최근 레미콘 운송사업자들로 구성된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이하 전운련)가 HDC현대산업개발 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면서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전운련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공사 현장에 배치플랜트 설치를 계획중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배치플랜트(batch plant)*란 시멘트, 물, 자갈, 모래 등을 정확한 개량 비율로 배합하고, 혼합하는 핵심 시설을 말합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현장배치플랜트는 레미콘 운송시간 절감과 품질 제고를 위해 현장에 설치하는 설비를 뜻하죠.
*배처플랜트(batcher plant)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나, 본 글에서는 정부 표기를 따라 배치플랜트로 표기하겠습니다.
시공사가 건설현장에 배치플랜트를 설치하면 공장에서 생산된 레미콘을 믹서트럭으로 옮길 필요가 없어지는 건데요. 이럴 경우 레미콘 운송업계의 일감은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운련 측은 광운대 현장 주변에 다수의 레미콘 제조사가 있는 점, 90분 이내에 타설이 가능한 점을 근거로 들며 현장배치플랜트 설치 계획을 납득할 수 없다며 계획을 철회하기 전까지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전운련은 지난 2일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의 수도권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한 바 있는데요. 이 조치는 지난 7일 전국으로 확대돼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반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현장배치플랜트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인근에는 3,930가구 규모의 대단지가 있어 교통이 혼잡하고, 안전 문제 발생 우려도 있어 현장배치플랜트 설치를 계획 중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전운련과의 갈등으로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들은 모두 올스톱 위기에 처해있는데요. 수도권에 등록된 레미콘 믹서트럭 약 1만 1,700여대 중 8,300여대가 전운련에 속해 있어 레미콘 수급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죠.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은 레미콘 공급 지연으로 공기가 늘어남에 따라 공사비 증가로 인한 손실이 불가피해 졌습니다.
전운련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갈등에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경기 북부권 레미콘 제조사도 피해를 입고있습니다. 현재 레미콘 산업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IMF에 버금가는 출하량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한 트럭이라도 더 내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레미콘 운송자들이 현대산업개발 현장으로 가는 물량 운송을 거부하고 있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진 겁니다.
문제는 전운련 소속이 아니면서 레미콘 운송이 가능한 용차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건데요. 용차 확보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지입차 대비 비용도 더 비싸다는 것이 걸림돌입니다. 지입차 운송가격은 1회전 당 7만 5,400원으로, 일 4회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드는 비용은 약 30만원 인데요. 수도권 내 용차 운송 가격은 4회전 기준 35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위 내용은 대한경제의 광운대 현장 배처플랜트 설치 갈등… 경기북부권 레미콘 제조사 ‘불똥’에서 발췌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운송사업자의 레미콘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 같은 피해는 레미콘업계 전반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발생함에도 건설현장 배치플랜트 설치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는 것은 서울 도심지 내 레미콘 공장 철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레미콘은 생산한 지 90분이 지나면 수화반응이 일어나 굳는다는 특성이 있는데요. 현장 대기(18분) 및 타설(17.5분)에 걸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6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합니다. 물론 지연제를 사용해 레미콘의 응결 시간을 늦출 수는 있으나, 지연제를 사용할 경우에는 더욱 철저한 품질관리가 요구되는데요. 때문에 시공사는 거리 상 안정적으로 공급이 가능한 반경 20-25km 이내에 있는 업체를 선호하곤 합니다.
문제는 공급이 가장 활발한 서울 내 레미콘 공장이 줄줄이 철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서울시에는 총 5개의 레미콘 공장이 있었는데요. 서울시는 과거부터 공해 발생, 도시계획 수립 등을 이유로 레미콘 공장의 이전을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지난 2017년 구로구 개봉동에 있던 한일시멘트의 영등포 공장을 시작으로 2022년 삼표산업의 성수 공장까지 철거된 바 있죠.
특히 성수 공장 철거는 서울 관내 레미콘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줬는데요. 삼표 마켓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삼표 성수공장 철거와 서울의 레미콘 공급 부족> 보고서에 따르면, 성수 공장은 서울 대부분 지역에 1시간 내 도달할 수 있는 입지로 서울 관내 레미콘 공급의 핵심축을 담당해왔습니다. 성수 공장의 2019년부터 2021년 평균 연간 출하량은 약 112만 루베로, 수도권 203개 업체의 연평균 출하량(30만 루베) 대비 3.7배 수준인 만큼 성수 공장이 철거한 2022년을 기점으로 관내 레미콘 생산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또한 올해 말에는 삼표산업의 풍납공장까지 폐쇄될 예정인데요. 이로써 내년부터는 서울 내 레미콘 공장은 신일씨엠의 송파구 장지동 공장과 천마콘크리트 공업의 강남구 세곡동 공장 단 두 곳만 남게 됩니다.
때문에 서울 도심권과 서남권 일부 지역은 레미콘 공급망에 공백이 발생하게 됐는데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장배치플랜트가 등장한 것입니다.
모든 산업은 사이클을 갖고 성장과 쇠퇴를 반복합니다. 건설경기는 현재 침체 장기화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인허가 착공 급감으로 시멘트와 레미콘 재고는 나날이 쌓여가는 상황이라지만, 수요가 급증하는 시기가 온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우리나라,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도시는 정부 주도의 토지개발계획 하에 만들어졌습니다. 즉, 도심지 주택지구 내 다수의 주택이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공급되었다는 말인데요. 이는 곧 도시정비사업 역시 비슷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예측을 가능케 합니다.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경과한 건축물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현재 서울 내 건축물 557,982동 중 61%에 달하는 건축물이 재건축 연한을 도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다가오는 2030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이 정점을 찍으며 레미콘 투입량이 최대를 찍을 것이라 내다봤는데요. 이 시기 최대 2,008,257 루베의 레미콘 공급이 필요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문제는 서울 관내 레미콘 공장이 이 물량을 감당할 수 있냐는 것입니다. 풍납공장까지 철거되는 2026년이면 서울 관내 레미콘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2,880,000루베로 급감하는데요. 하지만 건산연은 강수일 레미콘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점, 관급 물량 등을 감안하면 다가올 수요 급증시기 전망치가 연간 최대 생산량의 91.9%를 차지해 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위 내용은 건설산업연구원의 도심지레미콘 납품 여건 실태와 취약성 진단을 참고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위축된 레미콘 공급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현쟁배치플랜트와 같은 설비를 현장에 설치하거나, 지연제를 사용하고,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타 권역의 레미콘사에게 공급을 받는 수밖에 없습니다.
풍납공장 철거를 앞두고 있고, 정부가 수도권 도시정비사업과 주택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들의 타협으로 정상적인 레미콘 공급을 실현하는 게 필요해 보이는데요. 또한 지금과 같은 레미콘 운송 거부 사태는 시공사는 물론 운송사업자와 레미콘 제조사에 모두 피해가 돌아갈 수 있기에 상생 가능한 해결책을 도출하는 게 급선무로 보입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는 응결지연제 사용 사례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건축물의 안전과 품질 유지를 위한 기준 마련도 시급해 보이는데요. 균일한 품질 유지를 위해 지연제 투입량 규정 등을 마련하고, 지연제 사용 레미콘 타설 기준을 새로 만드는 등의 철저한 품질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건축물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 건축물에 필수재인 레미콘을 생산하는 레미콘업체, 그러한 레미콘을 공장에서 건설현장으로 공급하는 운송업체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습니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정부와 관련 업계가 상호협력해 상생안을 마련해야할 것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팀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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