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경우죠…?"
2025년 상반기, 에스오일 신입 공채에 지원했던 A씨는 갑작스러운 채용 중단 통보에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인적성 검사까지 마치고 최종 면접을 기다리던 중 날아든 이메일 한 통. 대기업 공채 시스템을 믿고 오랜 시간 준비했던 수많은 청년들 입장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경험이었을 겁니다.
이번 상황은 단순한 인사팀의 일시적 실수가 아니라, 에스오일이라는 기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의 결과물입니다. 에스오일은 지원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경제 강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전환 및 급격환 관세 정책 변화 등 세계 경제질서의 대전환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어 사업실적 하락을 이유로 소매영업직 채용 전향을 중단하게 되었다고 밝혔는데요.
해당 설명으로 납득이 어렵지는 않으신가요? 이 글에서는 에스오일이 왜 갑자기 채용을 중단했는지, 우리가 놓쳤던 5가지 핵심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에스오일의 경영 실적은 2년 동안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영업이익이 88% 이상 감소하고, 당기순이익마저 적자로 전환되면서 회사는 긴축 경영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역시 180.8%까지 급등해, 기업의 현금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또한 에스오일의 정유 부문은 오랜 기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실적이 급격히 나빠졌는데요.
정유 마진 악화와 유가 변동성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는 인력 채용에도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에스오일은 울산에 9조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이는 모회사 아람코의 전략적 다운스트림 확장 사업의 핵심으로, 세계 최초의 TC2C(원유→석유화학) 상업화 기술을 적용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입니다.
하지만 해당 프로젝트는 아직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 채 자금을 지속적으로 소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6조 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완공은 2026년 예정으로, 막대한 자본 집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 유동성 압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채용이 중단된 이유는 '돈이 없다'가 아니라, '투자 외에 쓸 돈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에스오일의 최대주주 아람코는 글로벌 석유 수요 정체와 배당 부담으로 인해 긴축 경영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에스오일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지원 가능성을 제한하고, 자회사 차원의 비용 절감 압력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아람코의 글로벌 다운스트림 전략의 핵심 축인 ‘샤힌’은 유지하되, 인력 충원은 보류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에스오일만의 문제일까요? 2025년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상반기 대기업 채용 계획조사에 따르면, 10곳 중 6곳(61.1%)이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서 입지를 나란히 하고 있는 GS칼텍스, HD오일뱅크 등도 적극 채용은 따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데요. 즉, 에스오일의 결정은 어찌보면 전혀 특이한 게 아닙니다.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에 직면한 많은 기업들이 정기 공채를 포기하고 수시 채용 또는 채용 축소로 전환하고 있는 흐름 속에 있는 것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2024년 기준 5.9%로 전년과 같지만 하락세가 멈췄습니다.
연도 | 청년실업률 | 변화량 |
2021년 | 7.8% | - |
2022년 | 6.4% | -1.4%p |
2023년 | 5.9% | -0.5%p |
2024년 | 5.9% | - |
주) 15~29세의 실업률로서, 청년실업률 = (15~29세 실업자수) / (15~29세 경제활동인구) * 100으로 계산한 결과입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청년 실업률에 반등 조짐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시장에 진입하려는 청년 구직자 수는 여전히 많은데, 기업들은 채용을 줄이고 있는 불일치를 보여줍니다.
이번 에스오일의 채용 중단은 그저 “지원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데요. 기업은 채용을 통해 시장에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 메시지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건, 다름 아닌 청년 구직자들입니다.
이번 사례는 우리가 '공채'라는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구조적인 고용 불안정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산업의역군은 앞으로도 주요 기업들의 채용, 투자, 구조조정 등 건설·에너지 산업의 핵심 이슈를 깊이 있게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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