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VDC(초고압직류송전)은 교류 송전의 한계를 넘기 위해 전기의 성질 자체를 바꾸는 기술입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해저 케이블, AI 데이터센터까지 전 세계가 동시에 HVDC에 투자하는 이유와 국내 주요 프로젝트 현황을 정리했습니다.
오늘은 K-전력 인프라 시리즈 3편으로, HVDC(초고압직류송전)가 무엇인지, 왜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프라 기술이 됐는지 알아봅니다. 산업의역군을 통해 국내 HVDC 관련 건설 현황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편에서는 변압기가 전압을 조정하는 방식을, 2편에서는 그 전력이 실제로 이동하는 전선의 특성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두 기술이 만나는 지점, 즉 전압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류의 성질 자체를 바꾸는 방식이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기술이 전력 인프라의 핵심이 됐는지를 다뤄보겠습니다.
목차
전력 인프라 전선편(2편)에서 살펴봤듯이 전선은 저항을 갖고 있어 전기가 이동할 때 열 손실이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변압기를 통해서 전압을 높여(1편) 적은 전류로 전달해 저항을 줄이는 방식을 사용해왔습니다. 지금까지의 교류(AC) 송전망은 이 원리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1편. AI 시대 변압기가 핵심 인프라가 된 이유: 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효성중공업 [K-전력 인프라 ①]
>> 2편. 전력망 핵심 전선, 해저케이블부터 초고압까지: LS전선·대한전선·일진전기 [K-전력 인프라 ②]
그런데 최근에는 전력 수요 구조가 달라지면서 기존 교류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AI의 발전과 함께 24시간 대용량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며 전력 수요가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급 지역과 사용 지역 사이의 송전 거리가 문제가 된 것입니다.

화력발전소를 비롯한 대부분의 발전 시설은 광대한 부지를 필요로 하고 소음·진동·대기오염 등 여러 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에 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일조량이 풍부하거나 바람이 강한 특정 지역에만 설치할 수 있어 보통 외진 지역에 건설됩니다.
이 때문에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장거리 송전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줄일 수만 있으면 거리의 영향을 적게 받으면서 효율적으로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HVDC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우선 교류와 직류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전기는 흐르는 방식에 따라 크게 교류와 직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류
교류는 전자가 앞뒤로 방향을 바꾸어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전류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반전되는 일정한 주파수(1초에 전류가 몇번 방향을 바꾸는지)를 가집니다. 교류는 바닷가의 파도가 앞뒤로 밀려왔다 나가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직류
직류는 전자가 한쪽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건전지의 전기는 항상 +에서 -쪽으로만 흐르는데 바로 이 방식이 직류입니다. 직류는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19세기 말, 직류 시스템을 개발한 에디슨과 교류 시스템을 개발한 테슬라 사이의 경쟁에서 교류 시스템이 표준으로 채택되었고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교류 송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류가 승리한 이유는 바로 변압이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1편에서 살펴봤듯이, 장거리 송전을 하기 위해서는 전압으로 높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직류는 전압 변환이 복잡하고 전환 효율이 좋지 않아(전력 손실 ↑)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송·배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교류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송전과정에서 직류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직류는 전압이 항상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반면, 교류는 전압이 끊임없이 진동하며 방향을 바꿉니다. 이 진동 특성 때문에 교류는 낭비되는 전력이 생기고(무효전력 손실), 전류가 전선 표면에만 몰려 전선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며(표피 효과), 주변 공기를 자극해 전력이 새어나가는 현상도 발생합니다(코로나 손실). 직류는 진동 자체가 없어 이 손실들이 발생하지 않아 장거리 송전에 유리한 것입니다.
현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직류의 장점을 활용하여 송전하는 초고압직류송전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배경에는 전력용 반도체 소자가 개발되면서 교류와 직류 사이의 변환 효율이 높아졌고, 변환된 초고압 직류를 전달하는 송전설비가 최대한 손실을 줄이면서 안전하게 전력을 수송할 수 있게 된 것이 있습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교류를 변환소에서 초고압직류로 바꿔 장거리 송전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요지에서는 다시 교류로 변환해 공급하지만, 직류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도 도입되고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부분은 직류가 송전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교류를 초고압직류로 변환하여 공급하는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변환 기술(저전압↔고전압 + 교류↔직류)과 초고압직류를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HVDC 전선(케이블) 기술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HVDC 기술이 지금 대규모로 확산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HVDC의 핵심 장점 중 하나는 전력 손실률입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교류 송전의 손실률은 약 10%인 데 반해, HVDC는 약 1% 수준입니다. 같은 전력을 보내도 손실이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로, 장거리 구간일수록 이 차이는 더 결정적으로 작용합니다. HVDC 기술은 초기 교체 비용이 높지만 운영기간이 길어질수록 절감 효과가 누적되기 때문에 많은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바다 위로 확장되면서 해저 케이블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바닷물은 교류 전기를 흡수하는 특성이 있어 교류 해저 케이블은 수십km가 실용적 한계입니다. 반면 HVDC 해저 케이블은 이 제약이 없어 수백km 이상의 해저 구간도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실제 영국, 독일, 노르웨이와 같은 국가에서는 Viking Link(1,400MW) 및 NordLink(1,400MW)와 같은 상호 연결을 통해 국가간 풍력에너지, 수력에너지 등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교류로는 불가능했던 수백km 해저 구간 연결을 HVDC가 가능하게 하면서 국가 간 전력 교환의 물리적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현재 전력 시스템을 빠르게 개편하고 있는 사실상 가장 주요한 원인입니다. AI의 발전과 함께 24시간 대용량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가 급등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24년 415TWh에서 2030년에는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는 현재 일본에서 1년 동안 쓰는 전력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높아진 전력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 발전원은 늘리고 전력 송·배전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신규 HVDC 구축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미국 송전선의 70% 이상이 25년 이상 된 노후 시설로, 여기에 AI 수요 폭증이 맞물리며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HVDC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효성중공업은 2026년 1분기 북미에서 약 3조 1,500억원의 수주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HVDC 주요 기술 보유국 중 하나입니다. HVDC 변환 설비, 케이블(해저·지중·가공) 등의 초고압직류 송전 관련 설비와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해안-신가평 HVDC 프로젝트
2024년 착공하여 현재 공사를 진행중인 HVDC 프로젝트입니다. 동해안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하기 위해 건설되는 시설로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의역군을 통해 조회 결과 105건의 진행중인 공사가 확인되었습니다. 현대건설, 엘에스전선 , 일진전기 등 여러 기업들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정이 50% 이상 진행되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 여러 기업들의 수주 목록을 조회할 수 있습니다. 전력 기업 LS일렉트릭의 5,610억원 HVDC변환설비 수주 내역도 확인 가능합니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프로젝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남·전북 등 서해안에서 생산되는 해상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산업단지로 직접 송전하기 위한 HVDC 기반 국가 송전망 사업으로, 총 11조 5,000억원이 투입되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입니다.
핵심 과제는 기술 국산화이며, 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 4개사가 2027년까지 대용량 변환용 변압기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전은 2026년 상반기 1단계 프로젝트 입찰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HVDC 수요 확대에 따라 초고압 전력기기 전반의 해외 수주가 늘어나는 흐름입니다. 대표 기업으로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의 수주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LS일렉트릭은 2026년 4월 북미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에 성공하여 계약금액 4,89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그 밖에도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주 내역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효성중공업 역시 북미 지역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765kV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에 성공해 7,870억원의 수주 성과를 냈으며 2026년 3월에는 호주 탕캄 배터리저장장치 공급과 시공 계약을 따냈습니다.

두 기업 모두 북미 지역의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와 데이터센터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가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HD일렉트릭, 대한전선 등 주요 전력 인프라 기업별 국내•외 수주 내역은 산업의역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1. HVDC는 기존 교류 송전망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현재 전 세계 송전망의 95% 이상은 여전히 교류 방식입니다. HVDC는 교류로 처리하기 어려운 구간, 즉 800km 이상의 장거리, 해저, 서로 다른 주파수 체계의 전력망을 연결해야 하는 구간에 선택적으로 사용됩니다. 교류 송전을 전면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류가 감당하지 못하는 구간에 HVDC가 추가되는 방식입니다. 국도는 그대로 있고 고속도로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습니다.
Q2. 변환소는 왜 일반 변전소보다 규모가 큰가요?
A. 변전소는 전압의 크기만 조정하는 시설이지만, 변환소는 전기의 성질(교류-직류) 자체를 바꾸는 시설입니다. 이 변환 과정에서 필요한 반도체 소자, 필터 설비, 냉각 시스템이 방대하기 때문에 부지 면적과 설비 규모가 훨씬 큽니다.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의 경우 변환소 8개소를 신규 건설해야 하며, 각 변환소는 수천억원 규모의 건설 공사를 수반할 것으로 보입니다.
19세기, 직류와 교류의 대결에서는 직류가 패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에디슨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부분의 송·배전 시스템은 교류에 기반해 운영되고 있고 이를 직류가 완전히 대체하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AI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초고압직류 관련 기술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전력 손실을 줄이는 것은 AI 운영 비용 절감과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엔비디아, 구글,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센터 내부에서 직류를 최대한 유지하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력 인프라 산업에서 직류 방식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HVDC를 포함한 여러 직류 인프라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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