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닥공'의 실현수단으로 모듈러주택에 이어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으로도 시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85㎡ 초과 세대 분할 허용 등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추가적인 제도 개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일찍이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관련 사업 수주를 이어오며 기술개발에도 공을 들여왔습니다. 리모델링도 재건축처럼 지원하겠다는 정부 기조에 힘입어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정부의 아파트 리모델링 규제 개선 기조와 리모델링 시장 현황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정부, ‘닥공’ 위해 리모델링 제도 개선 추진
최근 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 제도 개선을 위한 업계 의견 청취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현시점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값 안정입니다. ‘집 못 지어 미쳤냐는 생각이 들도록’ ‘닥치고 공급’하겠다는 게 부동산 정책 핵심 기조인데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호 착공이라는 공급 목표를 발표했음에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이 계속되자 리모델링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해석됩니다.
언론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오는 11월 4일 관련 협회 관계자와 리모델링 안전성 검사 기관 등을 초청하여 제도 개선 현안 등을 공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도권 주택 공급 태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리모델링 사업의 병목을 해소해 물량을 유도하려는 계획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정부는 지난해 9·7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85㎡ 초과 주택 분할 후 일반분양 시 세대수 증가 허용, ▲총회 전자의결 허용, ▲주택건설사업자 등록 없이 사업시행 허용 등의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정부도 현행 공동주택 리모델링 제도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던 건데요. 이번 행보는 리모델링을 ‘닥공’을 실현할 카드로 보고 지속 관리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명으로 해석됩니다.
2. 리모델링이 주목받는 이유
최근 수도권 노후 아파트 단지 중에는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관심을 돌리는 곳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수주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주거환경 개선 방식으로 선호되어온 것은 재건축이었지만, 최근에는 비용 문제와 개별 단지의 현실적인 사정으로 리모델링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2-1. 공사비·금융비용 상승에… 리모델링 관심 늘어
최근 리모델링이 재건축의 대안으로 각광받는 것은 공사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그에 따른 비용 절감을 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년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8.7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중동 전쟁으로 각종 원자재값이 상승한 데다, 인건비 부담이 겹치면서 수도권 재건축 현장에서 평당 공사비가 1,000만 원을 넘어서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죠. 공사비지수는 지난 2025년 8월부터 12개월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는 겁니다. 건설정책연구원도 향후 건설공사비는 과거 급등기보다 상승폭이 둔화하더라도, 높아진 비용 수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만큼 금융비용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2026년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한은 예상치(0.3%)를 크게 뛰어넘은 1.0%로 집계되면서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황입니다. 금리 인상은 이주비와 사업비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물론 공사비와 금융비용 문제는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나 모두 겪는 문제이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비 사업기간을 줄일 수 있고, 사업기간이 곧 비용 증가와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2-2. 재건축이 좋아도 어쩔 수 없다? 관건은 ‘용적률’
물론 비용 요인만으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용적률과 대지지분 등 사업장 요건 탓에 리모델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일반분양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조합원들의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는데, 기존 용적률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을 하더라도 일반분양 물량 확보가 어려워 사업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종상향을 통해 추가 용적률을 확보하여 재건축을 추진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공공기여 의무가 생기고, 종상향으로 늘어난 용적률의 일부는 임대주택으로 지어야 하는 만큼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용적률 규제를 받지 않는데요. 증축 규모에 제한이 있지만, 용적률 규제에서 자유로운 덕에 기부채납과 소형주택 의무 공급 규정에서도 제외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준공 연한이 15년밖에 지나지 않은 단지도 리모델링을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재건축 대비 이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도 리모델링 증가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3. 리모델링에 집중하는 건설업계
리모델링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용적률 등 현실적 한계로 리모델링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일부 대형 건설사는 일찍이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수주하고 있습니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리모델링 수주 실적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이앤씨인데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도 리모델링 수주 실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3-1.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이앤씨는 2014년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리모델링 전담 조직을 따로 두고 있는 것은 물론, 리모델링 관련 특허 12건을 보유하는 등 기술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출처: 포스코이앤씨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적용한 것도 바로 포스코이앤씨인데요.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였던 성지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18층의 잠실 더샵 루벤으로 재탄생시킨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포스코이앤씨는 현재까지 14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했는데요. 올해 수주한 단지만 총 4개 단지, 1조 3,000억 원에 달합니다.

출처: 산업의역군 공사DB
3-2. 현대건설
8년 연속 정비사업 수주 1위를 노리는 현대건설도 리모델링 수주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리모델링 누적 실적은 5조 1,000억 원으로, 포스코이앤씨의 뒤를 잇고 있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입주민 이주 없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리뉴얼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이주 없는 리뉴얼 방식의 리모델링 사업인 ‘더 뉴 하우스’를 선보였는데요. 더 뉴 하우스는 2000년대 준공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공동주택의 주거환경과 단지 가치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이주 리뉴얼이 가능한 만큼 일반 리모델링 대비 공사비를 약 70% 절감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현대건설 뉴스룸
최근에는 현대리바트와 협약을 맺어 개선 범위를 확대할 계획인데요. 현대건설이 단지별 계획과 추진 방안을 수립하면 현대리바트는 세대별 맞춤 인테리어를 수행하여 주거 만족도를 높인다는 구상입니다.
3-3. 삼성물산
올해 처음으로 도시정비 수주 10조 원을 넘긴 삼성물산도 리모델링 사업으로 저변을 넓히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수평·수직 증축으로 가구수를 확대하는 증축형 리모델링과, 증축 없이 설비나 내외관만을 교체하는 넥스트 리모델링 두 가지 방식의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합니다.
지난 8월에는 마포한강삼성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냈는데요. 지하 2층~지상 28층 규모의 구축 아파트를 지하 6층~지상 29층 규모로 증축하여 래미안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입니다.
지난 24일에는 ‘넥스트 리모델링’의 첫 수주도 나왔는데요. 서초구 반포 푸르지오 리모델링 사업에 최초로 넥스트 리모델링 방식을 도입하여 래미안 아스펠 반포로 재탄생시킬 계획입니다.

출처: 삼성물산 뉴스룸
4. 리모델링 활성화로 주택 공급 늘리려면
리모델링은 재건축 대비 세대 증가 측면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적 물량만큼이나 중요한 게 속도이기에 상대적으로 공사 기간이 짧은 리모델링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제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85㎡ 초과 주택 세대 분할이나 인접 단지 통합 조합설립을 허용하면서 전보다 사업성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안전성 검토 기준 개선과 융자 지원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데요. 특히 필로티 전환으로 인한 층 상향 시 수직증축에 준하는 안전성 검토 절차가 적용되는 현행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더불어 몇 개 층을 증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하중 증가 정도를 고려해 안전성 검토 기준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또한 재건축 사업에 제공되는 저금리 융자 지원 등이 리모델링 사업장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공사비와 금융비용 증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일반분양을 통한 수익 창출도 제한적인 만큼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외에도 리모델링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특별법 제정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리모델링은 차선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2000년대 이후 준공된 단지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리모델링 수요는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 시장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리모델링 시장을 이끄는 곳은 어디가 될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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