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요 정비사업지 시공사 선정이 단독응찰 및 수의계약 등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나눠먹기 수주 등 건설사 간 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월 공정위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 출범 이후 공공공사 입찰 담합 조사에 착수한 것은 물론 민간 도시정비사업도 예의주시하기 시작하면서 정비업계도 긴장하고 있는데요.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최근 강화되는 건설사 담합 의혹 조사 기조와 정비업계 반응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강화되는 건설 입찰 담합 조사
지난 10월 1일, 공정위가 카르텔조사국에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를 신설했습니다.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는 건설, 에너지 분야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을 조사하는 특별 조직인데요. 적발 시 시정조치 지시 및 과징금 부과, 이행 여부 확인 등을 담당하죠. 이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가 최근 LH 종심제 공사 현장 조사를 시작으로 공공공사는 물론 민간공사 입찰 담합을 검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1-1. 담합 적발 시 과징금 대폭 상향
건설공사 입찰 담합 조사는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긴 하나, 건설 전담 조직을 별도로 두어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인데요. 게다가 올해 입찰 담합 적발 시 납부해야 하는 과징금 한도도 크게 오르면서 그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30일을 기점으로 담합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이 관련 매출액 기준 0.5%에서 10%로 20배나 상승했는데요. 또한 10년 내 과징금 부과 이력이 있는 기업이 재차 담합으로 적발될 경우,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입찰 담합은 근절되어야 하고, 담합 사실이 적발될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져야겠습니다만, 업계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1-2. 공공공사 입찰 담합 조사 확대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는 지난달 28일, 지난해 LH의 종심제 적용 공공주택 건설공사를 수주한 업체들의 입찰 담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 우선적으로 6곳의 중견건설사를 조사했는데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일에는 6개사를 추가로 조사하면서 현장 조사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의 쟁점은 투찰가격이나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했는지, 특정 업체를 위한 들러리 참여를 합의했는지인데요. 이에 더해 지난해 5월 조사에서 살펴본 브로커 개입 여부도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업계에서는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 등 공정위의 조사 범위가 민간참여 공공주택 건설사업, 건축분야 기술형 입찰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요. 더 나아가 최근에는 일부 민간 정비사업 현장에도 조사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공정위의 건설 담합 조사 단속이 보다 강화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합니다.
2. 정비사업 수의계약 기조에…담합 의혹 조사하는 공정위
올 초에만 하더라도 압여목성 등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에 대형 건설사들이 몰려 치열한 수주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설명회, 시공사선정 총회에 다다르면 여러 차례 유찰되거나, 단독응찰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 있었는데요. 이에 공정위 건설에너지카르텔 조사과가 건설사 간 입찰 참여 조율이나 사업장 배분 등의 담합 행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1. 최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동향
10월 말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47조 5,210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 중 정비사업 양대 산맥인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합산 수주액만 23조 7,931억 원으로, 약 50.1%를 차지합니다.
양사 수주 건들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건설이 현재까지 수주한 10개 사업장 중 경쟁입찰을 거쳐 시공권을 따낸 곳은 압구정5구역 단 한 곳에 불과한데요. 삼성물산 역시 11개의 사업장 중 10곳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낸 바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삼성물산은 2조 4,000억 원 규모의 목동13단지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는데요. 대치우성1차·쌍용2차 재건축도 2차례 열린 현장설명회에 삼성물산만 단독 참여하여 무혈입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규모재건축, 모아타운 위주로 수주잔고를 채우고 있는 중견사도 비슷한 상황인데요. 13건, 4조 원대의 수주고를 올린 두산건설 역시 부산 망미5구역(7,334억 원)과 부산 명서1구역(5,351억 원), 의정부 가능6구역(3,179억 원) 등 주요 사업장에서 수의계약 방식을 통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연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주요 사업지에서도 현장설명회 단독 참석 및 단독응찰이 반복되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시공사 수의계약 기조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2. 유찰-단독응찰 반복된 목동 ‘불똥’
이런 가운데 현재 공정위는 서남권 최대어인 목동신시가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목동신시가지는 14개 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여러 단지에서 경쟁입찰 대신 유찰·단독응찰·수의계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목동 6단지는 두 차례 유찰 끝에 DL이앤씨가 시공권을 따냈고, 10단지 역시 현대건설 단독응찰로 무혈입성에 성공했습니다. 8단지와 12단지, 13단지는 각각 대우건설과 GS건설, 삼성물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죠.
2·4·7·11·14 등 5개 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경쟁입찰 성립 가능성이 보이는 단지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 평가인데요. 목동에서는 일부 건설사가 짝수, 홀수를 기준으로 입찰 참여 단지를 선점했다는 소문까지 나온 만큼 공정위 감시망에 들어온 것으로 관측됩니다. 업계에서는 일부 유력 건설사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도 이뤄졌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죠.
3. 건설업계 “생존 전략” VS 공정위 “나눠먹기 담합 의심”
현장설명회에는 여러 건설사가 참여하지만 막상 입찰의향서 제출은 한 곳만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비슷한 소문도 돌고 있다 보니 공정위에서 입찰 담합 의혹 조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장설명회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입찰 참여 의지가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단순히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참석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성 검토 후 응찰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인데요. 통상적으로 정비업계에서는 현장설명회에 몇 명의 담당자가 참석하는지를 기준으로 해당 사업장에 대한 관심도를 판별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간 업계에서는 3명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면 실제 입찰 의지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으나, 요즘처럼 공사비와 금융비용, 재초환 등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는 최종 불참을 하는 것도 이상한 흐름은 아닙니다.
게다가 공사비가 늘어나면서 입찰보증금 규모가 커진 것도 건설사로선 부담입니다. 주요 사업지 입찰보증금은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천억 원대를 형성하는데요. 압구정3구역 입찰보증금은 2,000억 원에 달하기도 했죠. 대형 사업지 입찰을 고민하는 곳들은 대부분 대형사이긴 하지만, 이들 대형사에게도 수백 수천억 원의 자금이 묶이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때문에 여러 사업지에 동시 입찰을 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시공사 선정이 불발될 경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판관비 등 사업 수주를 위해 지출되는 비용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만큼 전략적으로 입찰 사업장을 조정하는 기조가 자연스럽게 굳어졌다는 겁니다.
4. 예상되는 변화
정비조합은 수의계약 체결 사실만으로 조사 표적이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관련 조사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공기 지연과 비용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들도 경쟁사 및 정비업체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서는 관련 공정위 조사가 확대 및 강화될 경우, 본입찰 전에 입찰의향서나 참여확약서 제출 기한이 늘어나는 등 시공사 선정 관행에 일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그간 정비조합은 짧게는 현장설명회 후 7일 이내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등의 입찰 조건을 내세워왔는데, 현행 구조가 수의계약을 유도한다는 판단이 있을 경우 이러한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정비사업장에서 수의계약이 잇따르는 것은 건설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 등의 악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한 만큼 건설사들이 무리해서 경쟁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올해 압여목성, 용산, 목동, 대치 등 서울 핵심지 정비사업 시공사 입찰이 쏟아져 나왔고,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해당 사업지에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죠. 하지만 예상과 달리 수의계약 러시가 계속되면서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정위가 정비사업 입찰 담합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 만약 정말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떤 절차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다만 유찰과 수의계약 반복만으로 담합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인데요. 실제 담합이 있었다면 합당한 처분이 내려져야겠지만, 공사비 및 금융비용 상승, 재초환 부과 우려 등으로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 단속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사중고’가 현실화되진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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