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정부가 49년 만에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최대부하 구간’ 변경인데요. ‘낮엔 비싸게, 밤엔 싸게’ 물렸던 구조가 뒤바뀌면서 앞으로는 밤 시간대 전기요금이 더 늘어나게 됐습니다.
전기는 산업의 혈액인 만큼 이번 요금 체계 개편은 정유 및 석화업계, 기타 자재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요. 특히 24시간, 그 중에서도 심야 시간대 가동률이 높은 철강, 시멘트 등 일부 건자재업계의 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자재업계는 건설 경기 악화와 국제 정세 이슈 등으로 원가 상승 부담을 겪고 있는데요. 이번 개편으로 전기 요금 부담까지 더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내용과 자재업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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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절, 시간대별 전기요금 개편안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1977년 수립 이후 49년 만에 개편이 이뤄졌는데요. 기존 요금 체계는 기업의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낮에는 올리고, 밤에는 낮추는 방식으로 운영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기존의 요금 부과 체계가 현실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는데요. 특히 태양광을 통한 발전량이 크게 늘었는데 반해, 요금이 싼 밤 시간대에 수요가 몰리면서 전력이 버려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죠. 이에 정부는 현실과 맞지 않는 요금 체계를 개편해 산업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려는 취지로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부문에서 달라지는 점은 크게 세가지로 △최대부하 구간 변경, △구간별 요금 단가 조정, △봄/가을 요금 할인 입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가장 많은 요금을 부과하는 최대부하 구간 변경입니다. 기존에는 오전11시~12시, 오후 1시~3시 구간의 전력요금이 가장 높았는데요. 앞으로는 해당 구간이 중간요금 구간으로 조정됩니다. 대신 화석연료 발전 가동이 늘어나는 저녁 6시~9시 구간은 최대요금 구간으로 분류되는데요. 전력 공급 능력이 증가하는 낮 시간대 요금을 낮추고, 기존 체계 하에서 상대적으로 수요가 상승하는 저녁 시간대의 요금을 높여 전력 수급을 효율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요금 단가도 일부 조정되는데요. 최저요금 구간은 kWh당 5.1원 인상될 예정입니다. 반면 여름/겨울철의 최고요금 구간은 16.9원, 봄/가을철 최고요금 구간은 13.2원 인하되어 평균 15.4원 인하될 예정인데요.

더불어 태양광 발전량이 많아 출력 제어가 잦은 봄/가을 구간에 추가 할인이 적용되는데요. 봄(3~5월), 가을(9~10월)의 주말 및 공휴일 오전 11시~오후 2시까지는 50% 할인이 적용됩니다.
본 개편안은 4월 16일부터 본격 시행되는데요. 다만 변경된 요금체계에 맞춰 조업 시간 조정 등이 필요한 사업장을 위해 적용 유예 기간을 두어 최대 9월 30일까지 개편된 요금체계 적용을 미룰 수 있습니다.
기후부는 이번 개편으로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기업의 약 97%에 해당하는 3만 8천여개사는 전기료가 하락할 것이라 분석했는데요. 더불어 산업용(을)은 평균적으로 kWh당 약 1.7원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또한 조업 시간 및 기업 규모별 예상 인하 금액도 제시했습니다. 기후부는 주간 조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2.7원, 대기업은 1.1원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주말과 심야 시간을 피해 평일 9~18시 사이에만 조업하는 기업은 kWh당 전기요금이 16~18원 가량 인하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정부는 이번 요금 체계 개편이 기업의 전기료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멘트, 철강 등 밤 시간대에 설비를 가동하는 일부 건자재 업계는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시멘트/철강제품 생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전기료가 생산 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그간 시멘트/철강 생산 업체들은 밤 시간대에 가동 비중을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①야간 시간대(경부하 구간) 단가가 약 4~5% 올랐고, ②저녁 6~9시 구간이 중간부하 구간에서 최대부하 구간으로 편입되면서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해졌습니다.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하는 A자재사가 있다고 가정하고, A자재사가 여름철 오후 6~9시 사이 전력 사용으로 납부해야하는 전기요금 변동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전까지는 오후 6~9시가 중간부하 구간으로 분류되어 kWh당 163.2원에서 178.7원의 전력량요금이 부과됐는데요. 하지만 개편 이후에는 같은 시간이 최대부하 구간에 속하게 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시한 산업용(을) 전기요금 단가표를 분석한 결과, 6~9시 사이 전력량요금이 kWh당 최소 216.6원에서 최대 242.9원으로 크게 올라 평균적으로 36.7% 인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용(을) 고압A,B,C 전 계통 9개 구간의 변화율 평균값으로, 업체별 실제 인상률은 계약 구간과 조건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에 최근 자재업계도 낮 시간대 가동 비중을 확대하는 등 생산 체제 조정 검토에 나섰는데요. 일부 시멘트 업체는 생산 과정의 일부를 낮 시간대로 옮기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강업계 역시 근무시간과 교대근무 체제, 생산 일정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노사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70% 가량 상승한 까닭에 자재업계의 비용 압박이 상당한 상황인데요. 업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의 실질적인 인하를 기대해왔지만, 현재로서는 그 실익이 미미하거나 오히려 부담만 커질 것으로 보이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시멘트와 철근 등 철강제품의 가격 상승은 전방산업인 건설업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시멘트값 10% 인상 시 100억 규모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비가 1억 1천만원 가량 추가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시멘트와 레미콘, 철골빔 등 봉강 제품은 핵심 건설자재인 만큼 두 업계의 업황과 원가가 그대로 건설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2022년 러-우 전쟁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온 건설공사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올 1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8(2020=100, 추정치)로, 역대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했습니다.

게다가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이슈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만큼 건설공사비가 추가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원유 가격 상승이 건설 생산비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50% 상승할 경우 국내 건설 생산비용이 1% 이상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건설사의 원가율도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직결되는데요. 최근 길어진 건설경기 침체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전기요금 개편이 건설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번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1970년대에 머물러있던 요금 부과 체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 그간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재생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봄/가을철 발생하던 출력제어를 관리해 전력 생산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는 데 의의가 있는데요. 국제적인 ESG 흐름과 NDC 목표에 발맞춰,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는 구조적 전환점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낮 시간대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방식으로 수요 이동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하는데요. ESS(에너지저장장치) 투자 확대, 송전망 보강 등의 인프라 사업이 병행되어야 버려지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번 체계 개편으로 인한 영향은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9월 이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남은 시간 동안 시멘트 및 철강업계는 생산일정 조율 및 근로자 근무시간 조정 등 생산 체제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근 노란봉투법이 전격 시행된 만큼 조업 전환 등의 근로조건 변경이 노조 파업의 명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는데요. 더불어 하청노조가 이와 관련해 교섭을 요청해올 경우, 체제 전환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주요 건자재의 가격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자재 수급 계획 수립 시 변동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등의 사전 조치가 필요해보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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