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도록 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습니다. 법 시행 이후 산업계는 물론 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요. 하도급 계약이 일반적인 건설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 여러 건설 관련 노조가 100대 건설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사용자성 인정 여부 판단의 핵심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신청과 교섭요구 공고 시정 신청 등이 물밀듯 쏟아지고 있는데요. 노동위원회의 판단 사례가 하나 둘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사용자성 인정의 범위가 될지 주목됩니다.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최근 업계 동향을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원-하청 간 직접 교섭을 법제화한 노란봉투법이 시행 한달을 맞았습니다. 3월 10일 법 시행 첫날부터 노동계와 산업계는 각각 다른 이유로 분주했는데요. 전국단위 노조들은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원청에 직접 교섭 공문을 발송했고, 원청 기업들은 대부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기업이 법에 따라 교섭 공고를 개시했습니다.
실제 법 시행 첫날인 3월 10일에만 407개의 노동조합이 원청 221곳을 상대로 교섭 요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 수도 점차 늘어 이제는 교섭 신청 노조만 1,000곳에 육박합니다.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노위 소속 김소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 하청노조 985곳이 원청 367곳에 교섭을 요구했는데요. 교섭요구에 동참한 소속 조합원만 14만 3,786명에 달합니다.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인정 범위,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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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교섭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간 그 사실을 공고해 타 노조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 교섭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산업계는 우선 상황을 관망하는 길을 택했는데요. 현재까지 교섭 요구를 공고한 원청은 31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등의 상당수가 취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이는 입증 자료를 면밀히 준비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결국 노동위원회에 접수되는 사용자성 판단 신청 건수는 꾸준히 우상향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도급 계약 구조가 일반적인 건설업계 역시 건설, 플랜트, 운송노조 등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법 시행 첫날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00대 건설사 97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전국건설노조에 따르면, 17일 기준 노조 측의 교섭 요구 공문에 회신을 한 건설사는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삼성E&A, 태영건설, 두산건설 등 21곳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들 건설사는 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판정 이후 공고 개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섭 요청을 받은 이후 별다른 이견 없이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건설사는 대방건설 뿐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공고 개시 행위가 하청 노조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절차에 따라 공고 개시 후 추후 사용자성을 판단할 계획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외에도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한국타워크레인노조, 한국산업건설노조 등 양대 노조인 민주노총-한국노총 산하 노조 다수가 원청 건설사에 교섭 요구를 하고 나섰는데요. 이들 노조는 임금, 노동안전, 작업 환경 등의 의제에 대해 원청 건설사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 자격을 인정한 노동위원회의 첫 판정이 나왔는데요. 지난 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가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공공기관 4곳을 상대로 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모두 인용했습니다. 충남 노동위의 이 같은 판단에는 용역계약서와 업무 일지 등이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서류를 토대로 하청 근로자의 안전관리 및 인력 배치에 대한 기관의 실질적 지배가 인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즉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공공기관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임이 인정된 것인데요. 따라서 위 기관에서 근무하는 하청 노조는 안전 의제와 관련해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 경우가 정부가 원청인 상황으로, 과거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남겼던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는데요. 7일에는 민간 원청에 대한 사용자성 인정 사례도 나왔습니다.
지난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이 학교법인 인덕학원과 학교법인 성공회대대학교를 상대로 제기된 교섭요구 사실공고 시정신청을 받아들였는데요. 당해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절차대로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결정을 내린 겁니다.

서울지방노동위는 대학 시설관리용역과 관련, 원청이 근로시간을 구조적으로 통제함은 물론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 개선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지배력을 가진다고 판단했는데요. 이로써 공공운수서비스노조는 작업환경 의제에 대해 각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경영계에서는 인덕대와 성공회대의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선례가 되어 일반 사기업 사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청노조의 직접 교섭 요구가 종합건설사에도 빗발친 가운데, 대부분의 건설사는 교섭 요구 노조 측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직접 교섭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노란봉투법의 제정 배경 자체가 사내 하청에서 말미암은 것인데, 건설업은 각 전문 공종을 해당 면허를 갖고 있는 별도의 전문건설사에 하도급을 주는 구조인 만큼 원청 건설사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9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포스코이앤씨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그간 건설노조는 “포스코이앤와 같은 종합건설업체는 건설현장에서 하청 전문건설업체들과 소속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공정을 총괄적으로 관리·감독하며 건설 시공을 주도하는 지위에 있다”며 특히 산업안전 의제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라고 주장해왔는데요. 경북 노동위 역시 사실상 건설노조의 손을 들어주며 포스코이앤씨에게 교섭요구 사실을 개시하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물론 지방노동위의 판정은 어디까지나 권고입니다. 포스코이앤씨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일유사한 판단이 쌓인다면 후속 절차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한데요. 게다가 현재 사용자성 인정 여부 판단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노동위 심판위원회의 공익위원이 고용노동부 장관, 지방노동위원장의 제청으로 선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건설사의 사용자성 인정이 기정 사실화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지난 8일에는 포스코의 사용자성 인정 판단도 나왔습니다. 포스코 하청 노조들의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인용된 건데요.
개정 노동조합법상 교섭단위는 ‘전체 하청노동자 집단’을 의미하고, 기본적으로 1사업(장)당 1교섭단위를 원칙으로 합니다. 복수의 노조가 교섭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경우, 단일화를 거쳐 대표 교섭노조를 정해야 하는데요. 하지만 하청노조 간 업무 영역 및 형태, 이해관계 등이 다를 경우에는 노조 또는 사측이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코 사례의 경우 전국금속노조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가 포스코의 하청 전체 교섭단위에서 당 조합들을 분리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인데요.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산업안전 관련 교섭 의제에서 양 노조에 대한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노조 간 갈등 가능성과 이익 대표성, 업무 성격의 차이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포스코는 최소 3곳 이상의 하청노동조합과 교섭을 해야 할 상황에 놓였는데요.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건설 및 건자재 업계 전반으로 번져 ‘365일 교섭’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4월 9일까지 진행된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의 사용자성 인정(교섭요구 사실 공고, 교섭단위 분리)판단 21건 중 17건이 인용됐습니다. 기각된 4건은 일부 민간 원청의 교섭단위 분리에 대한 것인데요. 당해 노조가 판단에 불복해 재심을 요청하거나, 단일화를 통해 다시 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직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 기각됐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경영계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도 바쁘게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선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지방 노동위의 1차 판단을 거친 후에 액션을 취할 계획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본 사안이 향후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점을 대비해 로펌을 선임하는 등 사용자성 인정 및 쪼개기 교섭을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반면 일찍이 리스크 해소를 위한 절차에 돌입한 곳도 있습니다. 포스코 그룹은 최근 약 7,000명의 하청 근로자를 본사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화제가 됐는데요. 이 같은 소식은 지난 8일 경북노동위의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나오기 전에 전해졌습니다.
포스코 측은 원-하청 문제 해결을 위해 포항-광양 제철소 생산 현장에서 철강 생산과 직접 연관된 ‘조업 지원’ 현장 인력 7,0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직고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죠.
다만 노동계의 반응은 다소 부정적입니다. 금속노조 측은 사측의 직고용 발표가 불법파견 책임 면피를 위한 조치라는 비판을 제기한 바 있는데요. 또한 직고용 대상에 1차 협력업체의 일부 노동자만 포함된 점 등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반면 기존 본사 노조인 포스코노조도 반기를 들고 나섰는데요. 이번 결정이 조합원의 권리 침해와 역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반발하고 나서며 노-사 갈등에 더해 노-노 갈등까지 번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아직 법 시행 초기로 관련 사례도 부족하고, 법령이 다소 모호한 탓에 현장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산업계와 노동계 양측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법 제정 취지에 맞게 노-사간 원활한 대화의 창구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또한 건설업의 사용자성 판단 근거가 어떻게 나올 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안전 관련 의제에 대해선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임금 및 복리후생 등의 의제에도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노란봉투법이 ‘상생’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당정은 업종 특성을 고려한 세부규칙을 제정하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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