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업계가 유례 없는 경기 침체를 맞이한 가운데,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폐업과 대형 건설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공 현장에서는 기능인력 공급난을 이야기하는 역설적인 상황인데요. 청년들은 기능직을 기피하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본 콘텐츠에서는 국내 산업의 고질적 위기인 인력 고령화 및 수급 불균형 문제를 분석하고, 청년 세대가 현장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나아가 현장 공백을 메우는 외국인 노동자 의존 실태와 정부 정책의 현주소는 어디쯤인지 함께 짚어봅시다.
목차
전체 산업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가운데, 건설업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타 산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제공한 <건설기성 및 건설*기능인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 국내 전 산업 종사자의 평균연령이 48.3세인 것에 비해 건설업 기능인력의 평균연령은 51.8세로 평균보다 3.5세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령대 분포는 50대가 43만 명, 60대 이상이 38만 명, 40대가 26만 명을 차지합니다. 총 131만 3천명 중 약 81%에 달하는 인력이 40대 이상인 것이죠.
이처럼 건설현장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숙련자들마저 경기 침체로 건설업을 그만두면서 인력 공백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선 통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건설기능인력은 약 131만 3천명으로, 인력 투입이 많이 일어나는 시기임에도 전년도 동월에 비해 1만 5천 명이 감소한 수치인데요. 남아있는 숙련자들도 대부분 고령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장의 미래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기능인력 : 건설현장에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기능원 및 관련기능 종사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종사자’, ‘단순노무종사자’ 등을 합한 개념.
이러한 고령화 현상과 함께 건설산업의 노동생산성도 함께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국건설산업 생산성 분석 보고서’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죠. 농업을 제외한 전 산업 평균이 2011년 98.8에서 2021년 113.5로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건설업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 지수는 104.1에서 94.5로 떨어졌습니다.
국내 청년세대는 현장직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요. 건설업이 3D 직종 - 일명 ‘막노동’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을 희망하더라도 기능직이나 기술직 등 현장에 나가는 직종보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화이트칼라 직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2024년 고등학생 2,000명과 건설 관련학과 대학생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건설 분야로 취업 또는 진학할 생각이 있다고 답변한 고등학생은 5.9%, 건설 분야 취업 의향이 있다고 답변한 대학생은 19.6%에 그쳤습니다. 가장 현직에 근접한 대학생마저 현장직을 외면하는 현실입니다.
해당 설문에서 고등학생, 대학생뿐 아니라 건설기술인까지도 건설산업에 대해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등을 많이 유발하는 일”, “다른 직업에 비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밝혔는데요. 설문에 드러난 요인 외에도 고용 구조의 불안정, 불규칙한 근무 패턴, 조직문화, 낮은 임금 등의 다양한 요인이 건설업 기피 경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산업을 견인하게 될 청년세대가 건설업을 외면하는 모습에 건설업계는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을 촉구하는 상황입니다.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면 청년세대 유입 활성화 정책 외에 고위험 현장 자동화∙무인화 등 또다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2016년부터 스마트 건설 활성화 정책을 도입해 2040년까지 건설 현장 투입 인력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건설 현장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2026년의 *피공제자동향 리포트를 분석해 보면 26년도 1월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18.9%로, 건설현장의 5명 중 1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건설업계 인력 감소세에 따라 25년도 1월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 또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죠.
*피공제자: 퇴직공제에 가입된 건설현장(1억원 이상 공공공사, 50억원 이상 민간공사)에서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
각 연령별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을 비교해 볼까요?

외국인의 경우, 내국인과 달리 청년층에서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국인 청년층이 건설 현장직을 기피하면서 생긴 공백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형틀목공, 철근, 견출, 콘크리트, 석공 등의 직종에서 30%가 넘는 비율을 보이고 있다고 해요. 건물 구조 안전과 직결되는 공정에 외국인 의존도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2026 건설근로자수급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의 건설 인력수요가 약 174만 명으로 분석되는데요. 공급 가능한 내국인력이 약 147만 명, 외국인력이 *약 44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중 합법 외국인 노동자 추정치는 15만여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29만 명의 노동자가 불법 체류자인 것이죠. 순수 내국인력 공급만으로는 27만 명이 부족한 수치로, 합법 외국인력을 모두 동원해도 여전히 공급 부족이 계속됩니다. 2026년에는 인력 수요가 약 171만 명, 내국인력 공급이 약 142만 명으로 추정됨에 따라 순수한 내국인력 공급만으로는 약 30만 명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고 하죠. 역시 합법 외국인력 투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44만 명 수치는 현장에서 실질적 외국인 노동자로 인식되는 수를 산정한 값. 귀화자와 영주권 보유자 포함.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면, 단순히 ‘불법’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넘어 실질적인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정식 안전교육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언어 장벽이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사고가 발생해도 4대 보험 미가입자로 산재 처리가 불가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죠. 언어 장벽은 지시 사항 전달 오류로 인한 부실시공 우려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임금 체불이 발생해도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해 신고할 수 없죠. 무엇보다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합법 외국인 노동자나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끌어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공제회는 이러한 건설업 고령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 내국인의 건설업 유입 증가가 필요하고, 내국인 숙련 기능공의 공급이 충분하지 못한 직종에 대해서는 숙련 기능을 가진 외국인을 추가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짓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건설업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과 신규인력 유입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다짐을 밝힌 바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건설기능인등급제 연계 교육을 본격 실시하여 건설기능인의 기능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전액 무료로 지원하기도 했는데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건설업 구인구직 플랫폼 ‘건설일드림넷’에서도 인력 매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건설업 디지털 전환(DX)에 힘써, 건설현장을 청년이 찾는 일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AI, BIM 등 스마트 건설을 통해 3D 산업에서 3S (Smart, Sustainable, Safe)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정책이 현장직 집중 지원보다는 건설업 전반에 걸친 포괄적 지원에 그치고 있으며, 추상적인 지향점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청년 현장 유입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지난 6월 발표한 건설산업 개선 로드맵에 ‘청년과 소통하는 스마트 미래산업으로의 성장’ 과제가 제시되어 있는데요, 이를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보아야겠습니다.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외국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제도는 일반고용허가제인데요, 2026년 비전문 외국인력(E-9) 건설업 쿼터를 2천 명으로 축소했습니다. 이는 과거 쿼터를 확대했으나 실제 신청 수가 미달되었던 점 및 경기 불황 속 공사물량 감소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대신 4년 이상 근무한 기존의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 체류 비자로 전환해주는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3.3만명으로 대폭 확대했죠. 이는 건설업계가 숙련된 외국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또한 25년 12월부터 26년 2월까지 90일간 특별 자진출국 기간을 운영했는데요. 불법 체류 외국인에게 자진출국 기회를 주는 동시에 불법고용 사업주 적발 시 최대 3년 고용 제한이라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병행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고용 절차가 복잡하고, 건설 현장의 잦은 이동 및 빠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즉각적인 투입이 필요한 현장에서는 이러한 서류 절차를 모두 밟을 여유가 없을 뿐더러 팀으로 일하는 건설 현장 특성 상 누가 불법체류 중이며 누가 합법 비자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급격한 현장직 고령화와 불법체류 인력에 대한 의존이 구조적으로 고착되는 고질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정부의 경직된 정책, 추상적인 디지털 전환 담론은 당장 내일 현장에 인력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인력 수급의 문제를 넘어선 복합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적 전환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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