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전쟁 장기화 국면 속에서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상위 5개 건설사의 해외수주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에서도 중동 지역 수주 감소폭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럼에도 향후 중동 전후 재건 시장과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되며 건설사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는 역설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본 콘텐츠에서는 해외수주 급감의 구조적 배경과 재건 시장의 현황 및 한계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목차
1. 해외수주 급감, 중동발 공급망 위기
2. 중동 재건 기대감과 우려의 목소리
3. 우크라이나 700조 시장, 현실성 없다고?

앞서 상위5개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급감했다고 언급했는데요, 이는 특정 건설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전체 해외수주는 총 29억2,196만 달러로, 전년 동기(105억3,786만 달러) 대비 72.3%가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동·유럽·태평양·북미·아프리카 등 아시아를 제외한 여타 지역의 수주가 일제히 감소했는데요, 중동 수주는 지난해 1월부터 4월 55억9,284만 달러에서 올해 동기간 4억 6,666만 달러로 91.7%가 급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체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3.1%에서 16%로 감소했죠.
해외 수주 부진의 직접적 원인으로는 중동전쟁이 지목됩니다. 발주가 연기되거나 중단되었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량이 하루 129척에서 6척으로 95%가 감소했죠. 한국을 포함해 중동산 원유∙자재를 공급받는 나라들은 위협받는 공급망 및 원자재 가격 폭등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쿠웨이트∙UAE∙카타르 등 중동 9개국에서 국내 79개 기업이 총 275건의 사업을 수행 중인데요, 그 규모가 1,409억 달러(약 200조원)에 달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건설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가했는데요. 실제 시공능력 상위 10대 건설사 직원 수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고 중소업체 폐업 신고는 1,088건에 달했습니다. 손태홍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단순한 일시적 충격이 아닌 발주구조의 근본적 재편을 동반할 것”이라며, “향후 중동 시장은 단순 EPC 발주가 아닌 복구∙보안∙물류가 결합된 ‘패키지형 시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아시아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수주액이 87% 증가하였습니다. 베트남 수주액이 같은 기간 386% 급증하며 아시아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결과로 보입니다. 중동 의존도 축소를 위한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베트남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그렇다면 수주 실적이 부진한 이상의 상황 속 건설주가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중동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인프라 시설 중 국내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던 곳들의 피해 규모 조사에 나섰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중동 에너지 시설 복구 비용은 총 36조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해요.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어려운 이란을 제외하면 약 26조5천억 원으로 계산됩니다. 향후 3년간 원전 및 중동향 수주 금액이 약 20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국내 증권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건설사는 재건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요, 현재 파괴된 핵심 플랜트들의 원시공사가 국내 건설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기존 설계와 공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는 강력한 메리트를 가집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재건 프로젝트는 비용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파괴된 현장을 과거에 수행했던 기업에 우선적으로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주가 선반영으로도 확인됩니다. 4월 29일 기준 대우건설은 연초 대비 주가가 865.97% 급등했으며, 현대건설 144%, DL이앤씨 149%, GS건설 116% 등 중동 시공 실적을 보유한 건설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하죠. 종전이 지연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자재 수급이 어려워집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사한 기대감이 있었던 만큼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종전이 되더라도 당장 플랜트를 복구하기보다 도로, 교량 등의 인프라 복구가 우선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으로 다가오는데요, 이란과 같이 제재를 받는 국가는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 건설사는 공격적으로 수주전에 나서기보다 수익성, 안정성이 있는 곳을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건 수요는 잠재적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지정학 변수와 수익성 검증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쟁 장기화와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제2의 마셜플랜’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죠.
2023년 9월, 젤렌스키가 한국에 재건사업 참여를 요청하면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원팀코리아를 이끌고 우크라이나에 방문해 면담을 가진 일이 있었는데요.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1,200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를 선언하며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우선 추진 과제로 6대 선도 프로젝트를 수립했고, 협업이 빠르게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프로젝트를 포함한 재건 사업의 착수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2025년 초 UN이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를 약 720조원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러시아 점령지의 영토 편입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실질적 진출 기회는 더욱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종전 기대감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23년 이후 가시적 성과가 부재한 가운데, 국토부 관계자는 “전쟁 장기화로 초기 기대와 달리 사업 기회가 많지 않다는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ODA(공적개발원조,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주는 지원금) 규모가 미국, EU에 비해 상당히 작아 주도적으로 수주가 가능한 환경이 아니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700조 시장’이라는 수식어로 높은 기대감을 모았던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이지만, “생각보다 실질적으로 수주할 거리가 없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중동 양 시장 모두 전쟁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사업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죠. 그러나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 해외 수주 확대는 불가피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 국내 건설사는 새로운 수주 동력으로 원전 사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공이 가능한 건설사가 몇 없는 배경 속 한국 건설사들은 희소성 있는 원전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2026년 5월 8일 기준 상위 5대 건설사의 지난 1분기 플랜트 부문 총 매출은 3조 4,5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고 하죠. 전체적인 매출이 감소하는 배경에서도 플랜트 부문 매출이 증가한 것인데요. 세계적으로 신규 원전 설비 수요가 높아지며 국내 건설사들의 플랜트 분야 해외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이선일 BNK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40년까지 예상되는 신규 원전 설비 관련 수주 금액은 1조3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중국시장 배제치) 업계는 이 중 국내 건설사가 20% 가량을 수주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연간 3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 연구원은 “시간과 비용을 맞출 수 있는 한국 경쟁력이 미국에서 원전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한국 건설사의 시공 능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 현재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을 수주해 설계에 들어갔고, 베트남 닌투언 원전 1호기 수주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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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후 열릴 중동,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은 막대한 규모로 건설주 급등을 이끌며 업계 안팎의 기대감을 고조시켰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황이며, 시장이 열린 후에도 국내 건설사의 진출을 제약하는 현실적 장벽이 존재한다는 점 또한 살펴보았습니다. 수십 년간 중동에서 쌓아온 시공 실적으로 경쟁 우위를 보유한 만큼 재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지만, 동시에 원전∙동남아 수주를 통해 해외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병행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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