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10년이 흘렀습니다. 이전의 입찰제도 한계점을 타파하기 위해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였지만, 그 역시도 운영 단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다양한 개편안을 시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계점은 지적되고, 입찰제도의 딜레마는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에서는 국내 입찰제도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종합심사낙찰제가 어떻게 개편되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우리나라의 입찰제도는 90년대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의 뼈아픈 재해를 맞으며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국내 입찰제도는 ‘최저가낙찰제’를 채택하고 있었는데요,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한 업체에 공사를 주는 최저가낙찰제가 구조적인 부실시공을 야기한다는 점이 핵심 문제로 지목되었죠.
이에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전면 폐지하고 1995년 적격심사제를 도입합니다. ‘적격심사제’는 100억원 이상 대규모 공사에 대해 최저가격 입찰자 순으로 업체를 선정하되, 공사 계약이행능력도 함께 심사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입니다. 즉, 커트라인을 통과한 기업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2001년부터 정부는 대형 공공공사의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별다른 공론화 없이 재도입하기에 이릅니다. 해가 지날수록 최저가낙찰제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가며 2006년에는 ‘300억 이상 공사’까지 확대에 성공했죠. 대형공사에서 덤핑수주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았고, 2016년 정부는 ‘최저가낙찰제’를 다시금 전면 폐지하게 됩니다. 이 빈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종합심사낙찰제’입니다.
cf. 덤핑(dumping) = 원가 이하의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파는 행위.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는 공공 건설공사의 입찰에서 가격뿐 아니라 공사수행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여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입니다. 추정가격이 100억원 이상인 공사, 국가유산수리로서 국가유산청장이 정하는 공사, 건설사업관리 용역으로서 추정가격이 50억원 이상인 용역, 건설공사기본계획 용역 또는 기본설계 용역으로서 추정가격이 30억원 이상인 용역, 실시설계 용역으로 추정가격이 40억원 이상인 용역을 적용 대상으로 삼습니다.
종심제는 2016년 시공 부문에 먼저 도입된 이후, 2019년 건설엔지니어링(감리) 부문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습니다. 시공 부문은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아 조달청 소관으로, 건설엔지니어링 부문은 「건설기술 진흥법」의 적용을 받아 국토부 소관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100억~300억원대 공사에는 ‘간이형 종심제’를 적용하여 중소∙중견 건설사의 부담을 줄여주었죠. 간이형 종심제는 일반형 종심제에 비해 비교적 실적 기준 및 참여 기술자 평가 기준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낙찰률 또한 일반형보다 2~3%p 높게 형성되도록 설계하여 낙찰하한선을 높여주고 있는데요.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현재 공사 금액별 적용 입찰제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종심제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안전 평가 점수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업체 간 변별력이 사실상 소멸되었고, 결국 낙찰 결정의 실질적 기준이 낮은 가격으로 수렴되는 ‘최저가 경쟁’ 구도의 재현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간이형 종심제에 대한 비판 또한 날카로운 상황입니다. 중소 건설사들이 100~300억대 간이형 종심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외부 입찰 브로커에게 성공보수를 주고 내역서 작성을 맡기고 있는데요, 수많은 건설사가 동일 브로커에게 가격과 내용이 같은 내역서를 받아 제출하는 바람에 건전한 경쟁 구도가 무너지게 된 것입니다. 업체는 견적역량이 부족하다는 빌미로 적격심사제 확대와 종심제 축소를 건의하고 있지만, 적격심사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격 경쟁으로 귀결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박시훈 전 조달청 토목환경과장은 입찰내역서를 업체가 직접 작성하여 제출하게 하고, 정부에서 이를 통제하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발주기관이 설계내역서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오늘날 입찰자가 입찰내역서를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24년 검찰 수사를 통해 공공건물 감리 용역 입찰에서 5,700억원대 규모의 담합 및 심사위원 매수 사실이 확인되어 총 68명이 기소된 사건이 있었는데요. 감리업체들은 사전에 심사위원 명단을 입수한 뒤 지연∙학연을 활용한 청탁과 금품∙향응 제공으로 심사위원을 매수하였으며, 이를 대가로 감리 역량이 미흡함에도 낙찰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블라인드 심사 제도에서 제안서에 식별 문구를 삽입하는 수법도 동원되었습니다. 금품을 수수한 18명의 심사위원은 전∙현직 교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LH 등 공공기관 퇴직자로 밝혀져 충격은 더욱 컸는데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6억 5천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업체들의 기술력을 판단할 때 ‘정성평가(심사위원의 주관적 점수’ 비중이 높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처에서 퇴직한 고위직 전관들을 무더기로 영입하여 공사를 따내는 전관예우 문제 또한 고질적인 실정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건설엔지니어링 부문과 시공 부문 양쪽에서 개편을 단행했는데요. 두 영역은 적용 법령과 주관 부처가 다른 만큼, 개편의 시점과 내용도 각각 달리 전개되었습니다.
앞선 입찰비리, 뇌물수수 등의 문제를 맞이한 국토부는 2024년 9월 건설엔지니어링 분야 제2기 종합심사낙찰제 통합평가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구성안을 대폭 개편하였습니다. 발주청 소속 심의위원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청렴성 검증을 최우선 기준으로 4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 위원을 선임하였죠. 제1기와 달리 자천을 금지하고 기관장 추천제로 전환하였으며, 제1기에서 50대가 74.1%를 차지했던 연령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제2기에서는 40대 비중을 38.6%로 확대하였습니다. 아울러 제안서 내 표식 사용 업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심의 당일 위원 명단 비공개 원칙을 도입하였으며 심의 현장에 준법감시원을 상시 배치함으로써 입찰 심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다층적으로 마련하였습니다.
지속되는 건설업 경기침체에 정부는 2024년 발표한 「건설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 따른 공사비 현실화 조치와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따른 안전평가 강화조치로 본격 입찰 제도 개편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었던 것이 종심제 개편을 통한 낙찰률 상향입니다. 이러한 개정사항은 25년 12월부터 시행 중에 있는데요. 우선 주요 개정 사항들을 표로 정리하여 살펴봅시다.
| 항목 | 개편 전 | 개편 후 |
|---|---|---|
| 건설안전항목 평가 방식 | 가점 방식 | 배점 방식으로 전환 |
중대재해 감점 |
신설 | 사망자 1명: -1점 사망자 2명: -2점 사망자 3명 이상: -3점 |
| 안전 인증 가점 | 신설 | KOSHA-MS-ISO 45001 인증 취득 시 +1점 |
| 시공평가 | 300억 이상 대형 공사에만 적용 | 100억 이상 공사 적용으로 확대 |
우선 ‘건설안전’ 항목을 가점 방식에서 배점 방식으로 전환하였습니다. 기존 가점 방식이 기본 점수와 별개로 안전 실적에 따른 추가점수를 부여하는 구조였다면, 배점 방식은 안전 항목을 기본 점수 체계에 편입시켜 안전 평가 결과가 총점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건설안전 평가항목에 중대재해 감점,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정 가점 항목을 신설함으로써 안전관리 수준이 낙찰 결과에 직접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다만 중대재해 감점은 사고 발생 이후 부과되는 사후 제재 성격이라는 점에서, 사전 예방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따릅니다. 또한 규정 시행일(12월 1일) 이후 발생한 사고에만 적용되어 기존 중대재해 이력은 소급되지 않죠. 조달청은 이미 중대재해가 발생한 업체에 불이익을 주기보다 건설업체 스스로 중대재해 근절을 위해 노력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과거 공사의 품질∙안전 성과를 점수화한 시공평가결과의 적용 범위를 일반형 종심제에서 간이형 종심제까지 확대하였습니다. 간이형 종심제 구간의 주요 참여자가 중소∙중견 건설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공평가 확대는 해당 구간 시공사들의 수주 진입장벽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시공평가 점수를 쌓으려면 해당 규모의 공사를 수주해야 하는데, 실적이 없으면 수주 자체가 어려운 악순환 구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종심제 개편과 함께 26년 1월부터 적격심사 대상 공사(100억원 이하)의 낙찰하한율을 2%p 인상하며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조치를 단행했는데요, 여전히 원가율 93% 구조 해소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이번 개편에서 공사비 현실화와 안전 강화라는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하도급 단가 연동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낙찰가 상승의 혜택이 하청업체까지 내려오지 않을 수 있다는 근본적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국토부는 ‘전관예우 근절 TF’를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SR,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철도 관련 산하기관 4곳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토부 산하의 철도 공공기관이 TF 설치의 대상이 된 것은, 해당 기관들의 전관 재취업과 수의계약 관련 특혜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는 점 때문입니다. 최근 5년간 국가철도공단을 퇴직한 뒤 기업에 취업한 전관 재취업자의 수는 70여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이에 철도공단은 내부위원 참여 비율을 기존 50%에서 30%로 대폭 축소하였고, 유착 우려가 있는 위원들을 대거 퇴출시키고 새로운 위원단으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더하여 ‘청렴 신고포상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여 입찰 비리 신고자가 입찰 참가자로부터 징수한 위약금의 최대 50%를 포상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편 이후, 개별 발주기관들도 정부 주도 하에 자체 공정성 강화에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기관마다 대응 수준이 달라 업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토부, 조달청 차원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간이형 종심제의 브로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이형 종심제를 경량형 종심제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추진중인데요. 적격심사제 대상을 200억 미만으로 확대하고, 200억 이상 500억 미만 구간을 경량형 종심제로 전환하며 500억원 이상은 종심제를 유지하되 고난도 수준으로 기준을 강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번 개편은 2016년 도입 이후 10년간 쌓인 문제의식이 반영되었다는 의의를 가집니다. 또한 덤핑 수주 방지, 안전 의식 강화, 공사비 현실화 등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제도가 의도한 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앞서 지적했듯 시공평가 실적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에 과도기적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 안전 항목 강화가 서류 역량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 등 여러 한계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도 하죠. 입찰제도의 개편이 반복되어 온 만큼,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낙찰 구조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운용 과정을 통해 검증될 것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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