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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 모듈러 시장, 한국의 장벽

분기점에 선 국내 모듈러 시장 썸네일 – 모듈러 특별법 국회 계류 중, 레고 블록 이미지

 

2003년 연간 1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23년 8,055억 원까지 성장했습니다. 연평균 35.4%의 성장률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모듈러 특성에 맞춰진 체계적인 제도 하나 없는 실정입니다. 본 콘텐츠에서는 국내 모듈러 시장의 현황을 조명해보고, 성장을 저해하는 제도의 벽과 앞으로의 지향점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1. 국내 모듈러 시장, 어디까지 왔나
  2. 공업화주택에 갇힌 모듈러 - 제도가 시장을 막는다
  3. 분기점에 선 한국 모듈러 시장

 


 

1. 국내 모듈러 시장, 어디까지 왔나


정부는 지난해 9월 7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위축된 민간 주택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신속 공급모델을 도입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듈러 주택은 탈현장 공법(OSC)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건축 생산 모델입니다. 벽체, 배관, 욕실 등 주요 구조물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건설업에 제조업 방식을 도입한 공법이라고 할 수 있죠. 공기를 20~30% 단축할 수 있고, 날씨 영향을 덜 받고 품질을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주목됩니다. 고소작업이 줄어들어 현장 안전사고 위험도 낮아집니다.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요인으로도 작용합니다. 그러나 기존 공법 대비 공사비가 30%가량 높고, 모듈 운송 시 도로 폭 제약, 설계 정형화라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모듈러 시장은 2000년대 초반 학교와 군시설 등 공공건축물 위주로 도입되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은 동일한 면적과 구조의 방이 독립적으로 반복 배열되는 표준화된 공간으로, 초기 모듈러 기술을 대량 적용하기에 최적의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공기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어 공공 예산의 효율적 집행 요건과 부합하죠. 2010년대 초반 주거용 모듈러 건축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2020년대 초반 중고층 건물까지 기술이 고도화되며 규모가 확대되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대 중반인 현재,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죠.


2030년 국내 철강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 전망 – CAGR 35.4%, 2030년 예측 시장 규모 약 2.8조원(27,645억)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35.4% 성장해왔습니다. 연간 100억원 내외의 시장에서 2012년 군시설 개선사업에 모듈러 공법이 도입됨에 따라 일시적으로 1,600억원 이상으로 규모가 확대되었고, 2021년 모듈러 학교에 대한 발주가 증가하며 시장이 다시금 성장합니다. 2023년 8,055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한 후 2024년 5,570억원, 2025년 6,074억원으로 집계되는 등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30년 모듈러 건축∙주택 시장은 2.8조원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2. 공업화주택에 갇힌 모듈러 - 제도가 시장을 막는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매우 중요한데요. 현행 우리나라 제도가 인정하고 있는 모듈러 건축, 주택 관련 공식 명칭은 주택법령이 규정하는 과거의 ‘공업화주택’에 머물러있었습니다. 경직된 제도 운영으로 다양한 건축물 유형 및 공법으로 확산시키는 데에 한계가 있었죠. 즉 ‘모듈러 전용 제도’가 부재하여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발주처는 모듈러 건축 프로젝트를 기초∙토목 공사와 ‘모듈러 유닛’ 물품구매로 나누어 발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듈러 건축물이 물품구매 계약으로 넘어가게 되면 ‘최저가 입찰’방식이 적용되어 적정 공사비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설계부터 구조 안전 검토, 공장 제작, 현장 토목, 크레인 조립, 전기∙소방 마감까지 포함된 모듈러 주택 공사를 물품 구매로 치환해버리면서 인건비, 자재비, 안전 관리비 등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건설공사로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모듈러가 여전히 ‘공업화주택’ 제도 안에 갇혀있는 허점을 악용하는 것입니다. 

 

실제 최근 1년간 나라장터에 발주된 모듈러 교실 입찰 공고를 분석한 결과, 평균 낙찰률은 68%에 그쳤고 최저 낙찰률은 33.3%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모듈러 교실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학생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되는 문제를 야기하는데요. 이는 불합리한 입찰 제도 때문에 발생합니다. 학교 모듈러 입찰은 주로 2단계 입찰 또는 규격∙가격 동시 입찰 방식을 적용하는데요, 둘 모두 최저가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집니다. 일정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업체들을 가격으로 줄세우기 하여 선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당시 대량으로 발주되었던 모듈러 교실 재고가 쌓여 헐값에라도 처리하려는 업체들도 있죠.

 

설계단계에 모듈러 제작 및 시공 특성이 반영되지 못해 빈번한 설계변경이 발생하고, 전기∙정보통신∙소방시설공사가 분리발주 되어 일관된 시공품질 유지가 어려운 문제 또한 발생합니다. 이렇게 되면 공사와 물품 하자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밝히는 데에 어려움이 생기고, 하자담보책임기간이 각각 상이해집니다. 현재 모듈러 공사 실적관리체계가 부재하여 입찰참가자격이 불명확한 문제도 존재합니다. 


모듈러 유닛 간 접합부에는 각 유닛의 벽이 중첩되어 일반 아파트 대비 약 2배로 두꺼워집니다. 이 경우 입주민이 쓰는 내부 면적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떨어집니다. 같은 이유로 층 사이의 두께도 두꺼워져 높이제한이 생기죠. 이에 용적률과 높이제한을 완화해주는 법적 인센티브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 정부가 추진 중인 관련 법률은 상당수가 건폐율· 용적률·높이제한의 완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 분기점에 선 한국 모듈러 시장


LH는 올해 20~29층 규모의 고층 건물을 모듈러 공법으로 발주할 예정입니다. 고층 건물에는 내화 시간 기준, 즉 불이 났을 때 기둥과 보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는데요. 이에 더해 모듈러 유닛의 접합 기술, 모듈러와 일반 콘크리트 공법을 혼합해 짓는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듈러 시장의 확대를 위해선 모듈러 건물의 고층화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한 공장에서 완성되어 나오는 모듈러 특성 상, 공장 출고 후에는 수정이 불가하기 때문에 오차나 하자 없는 시공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3D 도면을 통해 사전에 정밀하게 검토할 수 있는 BIM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업계의 의견도 존재합니다. 


지난해 말 9∙7대책의 연장선상으로 국회에서 ‘모듈러 특별법’이 발의되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모듈러 특별법’은 법률상 모듈러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의규정을 도입하고, 설계·감리·공사기준 등 법령 정비, 보급 활성화를 위한 인증제도 및 지원 특례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국내 모듈러 시장의 선두주자는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요, 정부는 LH 모듈러 주택 발주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를 형성해 공사비가 높은 모듈러 공법의 단점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2,076호를 발주하고 2030년까지 연간 3,000호 발주를 확대한 후 2030년 이후에는 연간 5,000호 규모로 공공 모듈러주택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국방부에서도 2026년까지 간부 전용 숙소 약 11만 4천실을 확보해 모든 간부가 1인 1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모듈러 발주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모듈러 시장 성장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시점입니다.

 


국내 모듈러 건축은 기술 고도화제도 정비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습니다. 모듈러 건축이 한국 건설산업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별법 통과를 기점으로 제도와 기술 양면의 정비가 함께 속도를 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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