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세대 이상 주택이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죠. HUG는 이처럼 분양계약이 이행되지 않더라도 계약자의 계약금, 중도금을 환급해주는 보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재무상태와 무관하게 발급 가능한 이 보증서, 정말 믿을 수 있을까요? 보증서를 받고도 피해를 입는 이유는 무엇인지, 분양보증의 딜레마는 무엇인지, 그리고 최근 발표된 개편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HUG 분양보증] 시행사(건설사)가 부도·파산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HUG가 대신 공사를 완료(분양이행)하거나 계약자가 낸 계약금·중도금을 환급(환급이행)해주는 제도 — 30세대 이상 아파트는 의무 가입 대상. |
HUG 분양보증을 가입하고 보증서까지 받았지만, 재산 피해를 온전히 구제 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춘천 시온숲속의아침뷰 민간임대 아파트 계약자들이 HUG의 불완전한 보증으로 피해를 입은 사건이 있었는데요. 총 318가구에 대해 HUG가 385억원 규모의 임대보증서를 발급해주었습니다. 본래 입주예정자들이 낸 임대보증금은 시행사가 아닌 HUG가 지정한 별도의 계좌에 예치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HUG는 시행사가 3년 넘게 보증료를 내지 않은 것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245가구의 계약금 및 1~5차 중도금, 73가구의 4~5차 중도금이 정해진 계좌가 아닌 시행사 계좌로 들어간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임차인들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은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라 HUG가 보증금이 제대로 납입되고 있는지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고, HUG는 자신의 계좌에 예치된 78억원에 대해서만 인정하며 보증서 약관에 따라 다른 계좌로 입금된 260억원에 대해서는 환급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시행사와 대출금을 시행사 계좌로 입금한 금융기관, HUG는 책임을 떠넘기며 소재가 묘연해졌죠.
피해 가구는 총 245가구로, 평균 1억원 -많게는 2억원 정도의 손실을 보았다고 합니다. 시행사가 부도를 맞으며 입주 지연에 따른 중도금 대출이자도 세대당 약 400만원 추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피해는 개인의 잘못이 아닌 제도의 구조적 허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HUG의 보증 약관 자체가 “지정계좌에 들어온 돈만 보증 대상”이라고 명시하고 있기도 하고, 조문이 “~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어 해당 조문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불법으로 간주하기 어렵죠.
또한 HUG가 규정하는 보증사고 인정 기준에도 빈틈이 존재하는데요, 현재 약관에 명시된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시행사 부도, 파산, 사업포기 시
② 실행공정률이 예정공정률보다 25%p 이상 부족
③ 실행공정률 75% 초과 상태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6개월 이상 지연
④ 시공사 부도, 파산 등으로 공사 중단 3개월 이상 지속
문제는 일부 시행사, 시공사들이 이 기준을 교묘하게 벗어난다는 것이죠. 공사 진행과 중단을 반복하며 단속적 지연을 불러오거나, 실행공정률이 75% 미만이고 예정공정률과의 격차가 25%p 미만인 상태에서 지연이 일어날 경우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게 됩니다. 보증서가 있어도 안심할 수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증사고로 인정될 경우, 피해자들은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중도금은 대부분 계약자가 은행에서 빌린 중도금 대출로 납부되는데, 보증사고가 인정되는 순간 은행은 “이 대출이 원래 쓰이려던 목적을 잃었다”고 판단해 곧바로 대출 원금을 갚으라고 요구하게 되죠. 즉 HUG가 계약금, 중도금을 돌려주는 절차를 기다려주지 않을뿐더러 앞선 춘천의 사례처럼 HUG가 온전한 환급을 해 주지 않더라도 대출 의무는 전액으로 남습니다. HUG의 보증이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불러온 역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분양보증은 분양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 및 중도금의 환급을 보증하여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는데요. 최인호 HUG 사장 취임 이후 HUG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분양보증을 합친 보증잔액 350조원을 발판 삼아 '주택공급·주거금융 공공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개별 소비자 보호를 넘어 주택 공급 시스템 전반을 뒷받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부실 사업장도 분양을 강행하게 되는 구조적 유인이 존재합니다.
올해 1분기 분양보증 발급 사업장 분석 결과, 부실 위험이 있는 사업장이 115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죠. 이는 전년 말 103곳 대비 약 12%가 증가한 수치로, 전체 모니터링 대상의 13%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고위험 경보 단계는 6곳에서 9곳으로, 관리 단계는 1곳에서 2곳으로 증가했죠. 반면 HUG가 모니터링하는 전체 분양보증 발급 사업장 수 자체는 2022년 1,343곳 → 2023년 1,150곳 → 2024년 951곳으로 계속해서 감소하는 중입니다. 시장은 작아지고 있지만, 위험은 응축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죠.
30세대 이상 아파트는 법적으로 분양보증 가입이 의무인데요, 의무 보증이기에 재무 상태가 나쁜 시행사도 법적으로 보증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소비자는 HUG 보증서를 보고 안심하고 계약하게 되고, 은행도 중도금 대출을 내주게 되는데요. 즉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 사업이 실제로 성공할지’와 무관하게 보증만 받으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HUG는 지난 6월 분양보증 관련 4개 상품의 보증료를 2027년 5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30% 인하하며, PF대출보증 연계시 최대 60%까지 인하한다고 밝혔습니다. 400여개 사업장이 수혜 대상입니다. 즉 HUG에 분양보증을 들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보증료를 인하한다는 것이죠. PF보증 상품 쪽으로 건설사들을 유도하려는 정책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더하여 PF보증 분양률 요건을 2027년 6월 30일까지 60%에서 50%로 완화하는 방침을 발표했는데요. 대출 금리가 높은 곳에서 PF대출을 받아 공사를 진행하던 건설사가 HUG의 PF대출보증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은 경우, HUG는 사업장의 수요성을 기준으로 심사합니다. 이를 분양률이라고 하는데요. 이전까지 전체 세대의 60%가 팔려야 HUG의 PF상품 가입이 가능했다면, 50%만 팔려도 가능하도록 기준이 완화된 것입니다. 미분양으로 고전하는 사업장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통로가 생긴 것이죠. 다만 이후 HUG가 떠안을 리스크 범위가 넓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HUG는 미분양관리지역 사전심사 제도와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을 운영 중인데요. 분양보증이 의무보증이라면 미분양관리지역 사전심사제도는 특히 위험한 지역을 보증 발급 전 한 번 더 점검하는 입구 관리를 맡고 있고, 안심환매는 보증 발급 후에 자금을 넣어 사고 전환을 막는 중간 개입의 장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미분양관리지역 사전심사제도는 미분양 세대수가 1,0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재고 대비 미분양 비율이 2% 이상인 시군구를 지정하여 분양보증∙PF보증 발급 전 사전심사를 의무화하는 제도입니다. 최근 인천 중구, 경기 이천에 더해 부산 사상, 대전 중구가 추가 지정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관리지역 4곳의 미분양 비율이 전국의 9.8%뿐이기 때문에 나머지 90%가량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미분양 안심환매 사업은 분양보증이 가입된 공정률 50% 이상의 미분양 지방 주택을 HUG가 분양가의 50%(우량사업장 최대 60%)로 매입하는 구조인데요. 준공 후 1년 내 건설사가 다시 사들이는 환매조건부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2013년 이후 12년만인 작년부터 재개되어 2028년까지 총 1만호 매입을 목표로 하고 있죠.
하지만 안심환매의 경우 도입 첫 회 신청액이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HUG는 이후 매입가 상한과 대상 요건을 계속해서 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전국 준공 전 미분양 물량(약 4만 가구)에 비해 이 제도의 3년 누적 목표(1만 가구)는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요. 견제장치가 부실 사업장을 걸러내기 보다, 오히려 지원 조건을 계속 낮춰가며 부실 사업장의 생존을 연장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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