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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하도급의 임금 누수, 적정임금제로 막을 수 있을까

산군인사이트 적정임금제 논쟁 썸네일 – 공사비 상승 이슈와 하도급 임금 누출 구조

 

건설 근로자의 최소 임금을 보호하기 위한 적정임금제. 그러나 공사비 상승, 고금리 등으로 압박이 심한 건설사에게 적정임금을 강제하여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반대 의견이 존재했습니다. 적정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 벽에 부딪히며 여전히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적정임금제에 대해 알아보고, 현재 업계가 이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1. 임금 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2. 건설업계가 적정임금제 반대하는 이유
  3. 2026년, 적정임금제 시행될까

 


 

1. 임금 새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적정임금제는 다단계 도급 과정에서 원·하도급자에게 공사금액(특히 노무비)을 보장하여, 건설근로자의 임금이 깎이지 않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발주자가 정한 임금을 도급 단계 끝까지 지키게 하는 장치이죠. 건설업계만의 최저임금처럼 작용하며 “임금 하한선”의 성격을 가집니다. 


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가 도급금액을 산출할 때, 내역서에 노무비 항목을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적정임금이 실제 공사비에 반영되고 하도급 단계를 거치더라도 삭감되지 않게 하는 구조인데요. 적정임금제가 단가 후려치기를 억제하여 원·하도급자의 적정이윤을 보장하고, 적정공사비와 적정공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건설현장 정상화의 출발점”이라는 주장입니다.

 

건설업 특유의 다단계 생산구조는 가격 경쟁에 따라 각 단계마다 이윤이 추출되면서 실제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임금이 정부 고시 단가보다 낮아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공사를 따내는 단계에서부터 업체들 간의 저가수주 경쟁이 더해지면, 정부가 정해둔 적정 임금과 실제 가장 하도급 단계 근로자들이 가져가는 임금 격차는 매우 커지게 되죠. 


건설노조는 이러한 임금 누출 구조를 지적하며 발주자가 직접 지급하는 직불제의 안정화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건설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93만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85% 수준입니다. 또한 제조업의 74% 수준에 불과했는데요. 50세 이상 고령 근로자 비중이 높고 산업재해가 잦다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저임금∙불안정 구조가 결국 청년층 신규 유입을 감소시키고, 내국인 숙련인 이탈, 미등록 이주노동자 의존 심화로 이어지게 되죠. 국토부에서도 “청년층 유입 및 내국인 숙련인력 감소 등 건설업 경쟁력 하락”을 적정임금제 재추진 배경으로 명시하였습니다.

 

실제 미국은 공공공사에 프리베일링 웨이지 제도를 적용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임금 후려치기를 막기 위해 1931년 도입되었습니다. 5천달러 이상 공공건물·공공공사에는 그 지역에서 이미 형성돼 있는 "통상적인 임금(prevailing wage)”보다 낮게 지급하는 것을 막고자 했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미지급분을 대금에서 유보당하거나 최대 3년간 연방 공사 입찰 자격이 박탈되는 제재를 받습니다. 해당 제도가 건설 사망률을 낮추고 근로자 1인당 부가가치를 15%가량 높인 것으로 드러났고, 반대로 공공건설 비용을 유의미하게 높인다는 증거는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요. 발주자가 산정한 임금을 계약 단계에서부터 강제하고, 위반 시 대금 유보·입찰자격 박탈로 제재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추진 중인 적정임금제의 원형이자 참고모델로 자주 인용되는 제도입니다. 


국내에서는 2017년 정부가 적정임금제 도입을 공표하였고, 서울시(2017)·경기도(2019) 등이 공공공사에 제한적으로 시범 시행을 진행했습니다. 2021년 국토부·일자리위 합동으로 "건설공사 적정임금제 도입방안"을 발표하였고, 2023년 1월 본격 시행 목표였으나 정권 교체로 무산되었죠.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선 공약 및 국정과제로 재추진 중에 있습니다.

 



2. 건설업계가 적정임금제 반대하는 이유

 

적정 공사비조차 확보가 어려운 사업장이 다수인 현실 속 사업주와 근로자 중간에 놓인 건설사의 비용 부담만 가중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분석에 따르면 적정임금제를 시범운영한 사업에서 공사당 고용이 78.7명 증가했다고 해요. 그런데 동일한 데이터를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은 달라졌습니다. 정부와 노동계는 이 고용 증가 수치를 제도의 긍정적 효과로 내세우는 반면, 건설업계는 같은 시범사업에서 기능직 근로자 임금이 2만5천원, 일반근로자 임금이 3천원 인상된 부분을 짚어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악화의 근거로 삼았죠. 같은 시범사업 하나를 놓고 양쪽이 서로 다른 숫자를 무기로 꺼낸 것이에요.


건설산업은 최근 원자재비 급상승, 고금리, 분양 침체 등으로 부진한 상황인데요. 인건비 변수까지 추가되면 부담이 가중되어 건설사가 손실을 떠안는 구조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또한 정부가 제한된 노무비 안에서 중간임금 수준 이상을 강제로 지급하게 할 경우, 건설사들이 미숙련∙신규 근로자 채용을 기피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숙련도와 무관한 임금 하한선 강제는 기술 경쟁력을 약화시키며 임금협상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무엇보다 최저가 낙찰 방식의 조달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임금만 강제할 경우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토부는 이러한 우려를 인정하고, 충분한 검토 시간을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3. 2026년, 적정임금제 시행될까


이재명 정부는 적정임금제를 대선 공약∙국정과제로 채택하여 국토부가 2025년 9월경 적정임금제 제도화 방안 연구 용역을 공고한 바 있습니다. 국회에는 복기왕 의원이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요. 해당 법안은 적정임금제 적용 대상으로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이거나 정부가 정한 규모 이상의 민간공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도급금액 산출내역서에 노무비 항목을 별도 명시하도록 하여 투명성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 제재 조항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다만 공공 부문에서 성과가 확인되더라도 민간 부문 확산에는 “정교한 설계”와 강화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평가입니다.
 

적정임금제 현장 대 일반 현장 비교 인포그래픽 – 노동생산성 3,200만원 대 1,970만원, 내국인 고용률 94.5% 대 70%, 시범사업 임금 상승률 5~15%, SH현장 형틀목공 월 700만원

 

SH가 발주한 시범사업에서는 적정임금제의 양면을 보여주는 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요. 당시 형틀목공의 일당을 28만원으로 보장하고, 주휴수당까지 더해 월 700만원 수준을 보장해 주었습니다. 이후 무리한 속도 압박이 줄어들었고, 안전∙품질이 개선되었다는 근로자의 평가가 있었죠. 적정임금제를 적용한 현장과 일반 현장을 비교했을 때 노동생산성은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 적정임금제 현장은 1인당 3,2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일반 현장은 1인당 1,970만원에 그쳤죠. 

 

앞서 업계가 공사비 상승 논리로 언급했던 2018~2019년 시범사업 진행 결과, 전체 임금 상승률은 5~15%였고 내국인 고용률은 기존 70%에서 94.5%로 개선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서울시 산하임에도 도시기반시설 발주 현장에서는 제도를 미준수하는 등 실효성의 한계도 드러났는데요.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주휴수당을 미지급하는 등 기준임금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해요. 제도가 있어도 관리∙감독이 부실하면 하도급 단계에서 다시 무력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정권 차원의 정책 의지가 뚜렷하고, 과거 시범사업에서 임금, 고용, 생산성 모두 정량적 성과를 보였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입니다. 다단계 하도급발 인력난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업계 전반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위기죠. 


다만 앞서 SH와 도시기반시설본부의 사례가 보여주듯, 관건은 제도 설계 자체보다 관리∙감독에 있는 것으로 예상돼요. 같은 서울시 산하 기관임에도 한 쪽은 제도가 본 취지에 맞게 운용되었고, 다른 쪽은 기준임금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적정임금제가 적합한가”보다는 “누가 얼마나 성실하게 감독하는가”라는 질문이 더 본질적임을 의미하죠. 법이 통과되더라도 감독 인프라와 이행 강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하도급 단계에서 다시 무력화될 위험이 남아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건설업계의 공사비 상승 우려, 기획재정부의 예산 통제, 침체된 부동산 경기와 원자재∙금융비용 부담이 겹친 시점이라는 리스크는 여전한데요. 이 제도는 2017년 도입 공표 이후 발표와 좌초를 이미 한 차례 반복한 전례가 있어, 이번 재추진 역시 정권 교체를 넘어 제도로서 바로 설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2026년 중 전면 법제화가 되기 보다는 공공부문 시범 사업 확대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한 단계적 제도화 방안 마련이 유력한 흐름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지정된 만큼, 논의 자체는 계속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무자분들은 제도 확정 전까지 노무비·공사비 변화를 미리 체크해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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