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설폐기물 재활용률은 이미 98%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를 한 겹 벗겨보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요. 재활용된 골재 대부분이 콘크리트가 아닌 성토·복토용, 즉 흙 대신 메우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야 합니다. 여전히 골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콘크리트 영역에는 순환골재가 진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발의된「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에서는 왜 20년 넘게 ‘양’은 채웠지만 ‘질’은 못 채웠는지, 그리고 이번 개정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차
지난 7월 20일, 이종배 의원 등 11인이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주요 제안 내용으로는 해체 단계부터 폐자원을 종류별로 나누는 ‘분별해체’ 방식을 적용하자는 것이었는데요. 분별해체를 적용하면 폐자원의 95~98%까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대신, 높은 인건비와 공기 증가라는 경제적 부담이 뒤따릅니다. 때문에 현재 현장에서는 건물을 일시에 철거한 후 잔해에서 골라내는 ‘단순파쇄’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품질 순환골재 생산에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죠.
이에 국가가 자원 회수 우수 기업에 대해 공사비 일부를 보조하거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분별해체 장비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여 국내 해체 산업을 고부가가치 자원순환 사업으로 육성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법안을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몇 가지 개념을 짚고 넘어가볼까요?

우선 순환골재는 물리적,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건설폐기물을 정해진 품질기준에 맞게 가공한 것을 의미합니다. 순환골재는 채석·발파·운반 등 신규 채취 공정 자체를 건너뛰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한국건설자원협회는 천연골재 채취가 산림 파괴와 자원 고갈을 유발하고, 매년 여의도 면적의 103배가 넘는 산림과 자연환경 파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순환골재 사용은 지속 가능한 건설을 위한 주요 과제이죠.
경제성 또한 뛰어난데요. 실제 한국건설자원협회 ‘순환골재∙순환골재 재활용제품 우수활용 사례 공모전’의 국무총리표창 수상작을 살펴볼까요? 부산항만공사가 발주한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공사에서 순환골재 280,634㎥(보조기층용), 순환아스콘 8,190㎥(표층용)을 사용하여 약 25억 6천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해요. 구매단가 기준으로 천연골재는 ㎥당 15,148원이었던 반면 순환골재는 3,117원으로, 5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법적 의무사용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대규모 순환골재 사용을 채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만 이처럼 경제성을 띄는 건 대부분 저품질 순환골재입니다. 천연골재도 원래 성토·복토 등 저품질 용도에 상당량 쓰여왔기 때문에 그 자리를 순환골재가 대체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입니다. 문제는 국내 골재 수요의 가장 큰 축인 콘크리트 시장에는 여전히 순환골재가 거의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분별해체를 통한 고부가가치 골재가 이 시장까지 파고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분별해체 방식에 대한 논의는 사실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는데요. 2019년에는 건설폐기물법에 공공부문 철거공사의 경우 분별해체 방식을 적용하도록 법안이 신설되기도 했습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구조, 규모 및 용도에 해당하는 구조물의 철거공사를 발주하는 경우에는 건설폐기물을 분별해체를 통하여 분리배출하게 하여야 한다(2019.4.16 신설).
즉 현행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일정 규모 이상의 해체공사를 발주할 때 분별해체 방식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어요.
순환골재 의무사용 제도는 그보다 훨씬 전에 제정되었는데요, 2003년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공포될 때부터 조문으로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즉 순환골재 수요 쪽 규제부터 만든 후, 2019년에 이르러서야 ‘분별해체’라는 고품질 순환골재 공급 규제를 법제화한 것이죠. 그마저도 2026년 현재까지 공공부문에만 적용되어 왔고, 민간부문 지원책은 이제 발의가 시작된 실정입니다.
순환골재 의무사용 규제가 적용된 공사조차 의무사용량 대부분을 성토∙복토용으로 채워왔는데요. 즉 저품질 골재를 흙 대신 메우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죠. 2024년 정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순환골재는 대부분 도로보조기층용 등 저부가가치 용도로 사용되고 있고, 콘크리트용으로는 약 44만 톤(0.88%)만 사용되고 있어 고부가가치 재활용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기존 재활용률 98.3% 역시 성토·복토용 등 저품질 용도가 7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요. 이번 법안이 내세우는 '95~98%'는 이런 저품질 위주 관행에서 벗어나 분별해체를 통해 도달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목표치인 것입니다.
이처럼 천연골재 대체율이 낮은 이유는, 순환골재 품질 인증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2016년에는 콘크리트에 순환골재를 섞을 수 있는 기준 자체를 완화했고(총골재 용적 30%→60%), 2021년에는 순환골재의 법적 재활용 용도에 '콘크리트 제조용'을 아예 명시적으로 추가했습니다. 그런데도 콘크리트용 순환골재 비중은 2010년대 후반 2% 수준에서 2024년 0.88%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2024년 정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순환골재 품질인증은 총 594건이 부여됐는데 이 중 도로공사용이 379건(64%)으로 가장 많고, 콘크리트용 잔골재는 25건에 그쳤습니다. 2025년 한국건설자원협회 사례집 기준으로는 인증을 받은 전체 업체 수가 425개사를 넘어섰는데, 이는 도로용부터 콘크리트용까지 모든 용도를 합산한 숫자입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일부 품목의 수요량과 공급량간 불균형, 품질에 대한 현장 신뢰도 등은 앞으로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히며 인증업체 수 증가가 곧 고부가가치 재활용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죠.
즉 전체 인증업체 저변은 넓어졌지만, 콘크리트용처럼 고부가가치 용도로 갈수록 여전히 소수만 진입해 있는 구조입니다. 순환골재 사용량의 견인과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대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번 개정안에는 괄목할만한 지점이 있는데요. 법안은 자원 회수 실적이 좋은 기업에 대해 다양한 지원책을 둘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분별해체 적용에 따라 추가로 발생하는 공사비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고, 여기에 필요한 설비∙장비 구입 자금의 융자 및 보조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국세·지방세 감면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정적·재정적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 분별해체는 추가적인 비용과 시간을 필요로 해요. 때문에 분별해체가 비경제적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인된 사실입니다. 2012년 한 연구는 분별해체 적용 시 약 6%의 비용 증가가 발생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죠. 해당 연구가 진행된 지 14년이 지난 데다, 그사이 건설공사비지수는 30% 넘게 급등해 지금의 실제 비용 격차가 6%보다 큰지 작은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개정안이 겨냥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공사비 보조, 설비 융자,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제시하며 처음으로 분별해체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격차를 국가가 메워주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집니다.
다만, 해당 법안이 실효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지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원 규모 불투명
법안은 공사비 보조, 세제 혜택, 장비 융자 및 보조의 ‘근거’를 신설할 뿐 실제 보조율이 몇 %인지, 세제 감면 폭이 얼마인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구체적 수치는 모두 통상 시행령에 위임되는 모습이죠. 즉 해당 법이 통과되더라도 지원이 곧바로 시작된다고 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실질적 지원 규모가 충분하지 않게 축소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법안은 분별해체가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정작 그 부담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정량적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증 병목
고품질 순환골재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소수에 그치는 것 또한 병목인데요. 분별해체 비용과 별개로 가공, 인증 단계의 기술, 설비가 부족한 실정입니다. 해체 단계만 지원해서는 콘크리트용 골재 비율이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혜택 쏠림 우려
법안은 자원 회수 실적이 좋은 우수기업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실적 평가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되는가에 따라 혜택이 양극화될 여지가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하는데요. 결국 우수기업 인증을 받으려면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금부터 분별해체 실적을 쌓아두는 쪽이 유리하겠지만, 아무런 지원책이 없는 상태에서 중소 해체업체가 선뜻 분별해체를 적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결국 이 제도의 혜택이 실적을 미리 감당할 수 있는 일부 대형 업체에 먼저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번 개정안은 20여 년간 이어진 ‘양은 채웠지만 질은 못 채운’ 순환골재 정책의 구조적 공백을 메우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통과된다고 곧바로 고품질 순환골재가 쏟아지는 건 아닙니다. 실제 지원 규모는 시행령에서 결정되고, 해체 단계 지원만으로는 가공∙인증 단계의 기술 병목까지 풀리지 않을 수 있죠. 분별해체가 건설폐기물을 ‘자원’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법이 통과된 이후 시행령이 지원 규모를 얼마나 포용할지, 그리고 그 지원이 대형 업체를 넘어 현장의 중소 업체까지 실질적으로 닿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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