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부터 이어진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의 휴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도권 반도체 공사 현장이 멈추면서 레미콘 공급망 문제가 국가 경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사 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하는 일부 레미콘 제조사들이 직영 믹서트럭을 활용해 출하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제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1,2년을 주기로 전운련의 레미콘 운송 거부 사태가 반복되고, 그로 인해 수도권 주택 공급은 물론 반도체 산업에까지 피해를 입게 되면서 현장배치플랜트 설치 요건 완화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주 산군인사이트에서는 레미콘 운송노조 운송거부 사태가 촉발한 국내 레미콘 공급망 문제와 현재 논의되는 배치플랜트 규제 완화 방안의 방향성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레미콘 운송비 인상을 위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하 전운련)의 운송거부 사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2024년에도 레미콘 운송단가 인상률을 둘러싼 갈등으로 레미콘 공급이 사실상 멈춰 수도권 건설현장이 ‘셧다운’되는 사태가 있었는데요. 그러한 탓에 2020년 5만 1500원이었던 수도권 레미콘 운송비는 2025년 7만 5800원으로 5년 새 47.2%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 레미콘 단가는 6만 7700원에서 9만 1400원으로 35% 인상된 데 그쳤는데요. 게다가 2025년에는 건설업계 공사비 상승 부담을 나눠가지며 전년 대비 레미콘 단가를 인하하기까지 했는데요. 레미콘 단가 인상 대비 운송단가 인상이 더욱 가파른 모양새입니다.

레미콘은 제조공장에서 시멘트, 물, 골재, 혼화제를 섞은 후, 레미콘 믹서트럭에 상차하여 전국 각지 건설현장으로 보내지는데요. 레미콘 특성 상 생산 90분 이내에 타설을 시작해야 하는데요. 평균적으로 현장 대기 및 타설에 약 30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공장-건설현장 이동 가능 시간은 60분으로 줄어듭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레미콘 제조사는 전국에 산재해있고,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만큼 믹서트럭을 개인 소유한 운송사업자와 계약을 맺어 레미콘 운반을 위탁하는데요. 전국 믹서트럭의 85% 가량이 운송사업자가 소유한 영업용 믹서트럭이고, 레미콘 운반의 대부분을 이들에게 의존하다 보니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지난 8일에도 전운련이 운송단가 인상과 소속 노조원들의 근로자 지위 인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업에 돌입하여 수도권 건설현장이 사실상 셧다운 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올해 레미콘 운송비 협상에서 전운련은 유류비를 뺀 운송 1회당 단가로 기존 수도권 회당 단가에서 8천원을 인상한 8만 3,8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제시했는데요. 반면 레미콘 제조사는 기존 단가 대비 2,500원 인상한 7만 8,300원을 제시, 각각이 제시한 금액에는 5,500원의 간극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번 휴업으로 수도권에서 100여 곳이 넘는 현장이 레미콘 타설 지연 피해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대한건설협회가 개설한 「수도권 레미콘 휴업관련 기업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종합하면, 11일 기준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내 건설사 중 22곳의 수도권 건설현장 105개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바로 전날인 10일 3시까지만 하더라도 레미콘 공급이 중단된 현장이 89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 피해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휴업이 장기화되고, 레미콘 제조사의 직영 트럭을 이용한 운송에도 차질이 생기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수도권 건설현장 레미콘 공급 문제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10일에는 레미콘 제조사와 전운련 측이 운송비 단가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바 있는데요. 양측은 운송단가 4200원 인상에 잠정 합의, 최종 타결될 경우 수도권 기준 레미콘 운송 1회당 단가를 5.5% 인상한 8만원(현행 7만 5800원)으로 인상하는 데 잠정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10일 오후 6시 이후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휴업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전체 투표자의 68.3%가 반대표를 던지며 합의안 통과가 최종 부결된 겁니다. 관계자들은 전운련 측이 회당 8000원 인상을 요구했던 만큼 4200원을 인상하는 합의안 내용이 조합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게다가 최종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레미콘 운송사업자 측 명칭을 어떻게 기재할 것인지를 두고 양측이 대립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는데요. 전운련 측은 ‘노조’ 표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제조사 측에서는 향후 운송사업자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가릴 때 합의문 상의 ‘노조’표기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협상에서는 전운련 소속 운송사업자들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는데요. 레미콘 운송사업자는 그간 개인사업자로 인식되어왔지만,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레미콘 운송 종사자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바로 다음달인 3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전국단위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받으면서 레미콘 믹서트럭 운전자도 노조 구성 및 활동이 사실상 가능해질 여지가 생겼는데요. 다만 제조사가 이에 항소하면서 레미콘 운송 사업자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전운련이 8일 휴업을 개시하며 근로자성 인정을 요구한 것은 사실상 레미콘 제조사의 항소를 포기하고 레미콘 운송사업자를 정식 노조로 보아 교섭을 개시해야 한다는 시그널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국토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고, 휴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양측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만큼 추후 추가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쟁점은 이 갈등을 봉합하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간 레미콘 운송거부 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건설현장 셧다운 위기도 반복되어 나타났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특수했습니다. 그 여파가 건설업 뿐만 아니라 현재 국가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제조 설비 공사가 레미콘 조달 문제로 지연될 경우 반도체 생산까지 늦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가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AI 각축전이 벌어지며 반도체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에서, 생산 지연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빅테크 등 큰 손을 경쟁사에 뺏길 가능성도 있는 만큼 레미콘 공급망 문제는 이제 국가 명운까지 뒤흔드는 문제로 격상했습니다.
한때 삼성물산 평택캠퍼스의 경우 레미콘 운송 중단을 대비해 휴업 직전 주말까지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집중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하지만 휴업이 길어지고 있고, 제조사 직영 믹서트럭을 이용해 타설을 진행하려던 계획도 제약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도권 반도체 건설현장 타설 지연이 현실화됐습니다.
또한 레미콘 수급 이슈는 건설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건설공사비는 고환율과 고금리, 대내외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크게 상승한 상황인데요. 건설공사비지수는 8개월 연속 신고점을 경신하며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인한 공기 지연이 건설사에 미치는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습니다. 게다가 계약 조건에 따라 시공사가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을 부담해야 할 리스크까지 지고 있는데요. 건설 전후방사업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레미콘 운송을 볼모로 잡는 작금의 행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1,2년을 주기로 레미콘 운송이 중단되고, 그 때마다 수도권 건설현장이 올 스톱되는 일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번 전운련 휴업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단지 등이 영향권에 들면서 중요도가 높은 사업장에는 현장배치플랜트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배치플랜트는 시멘트, 물, 자갈, 모래 등을 정확한 비율로 배합하고, 혼합하는 설비를 말하는데요. 이러한 배치플랜트를 건설현장에 설치하면 수요지에서 레미콘을 바로 생산한 후 타설할 수 있어 레미콘 운송시간 절감 및 품질 제고 등이 가능해집니다. 현장에서 90분 이내에 레미콘 공급이 가능한 제조사가 없거나, 운송사업자가 레미콘 운송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대안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레미콘 공장과 운송사업자들의 반발때문에 실제 배치플랜트가 설치된 현장은 극소수인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 배치플랜트가 있긴 하지만 이는 주말과 야간 작업을 위해 레미콘 업체들이 출자하여 만든 것으로, 운송사업자들의 운송이 끝난 시간대에만 운용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 전운련은 아이파크산업개발(당시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공사 현장에 배치플랜트 설치를 계획하자 HDC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건설현장에 레미콘 공급을 중단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운련과 HDC현대산업개발의 갈등은 한 달 넘게 지속됐지만, 결국 배치플랜트 설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노원구가 설치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배치플랜트 설치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구 HDC현대산업개발) 광운대 복합개발단지 공급 중단 사태에 관해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2025. 7. 11자 산군인사이트 현장배치플랜트 설치를 둘러싼 갈등과 레미콘 공급망 문제
그런데 이번 전운련 휴업 사태를 기점으로 국토부가 배치플랜트 설치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첨단 산업단지나 수도권 핵심 입지의 공공택지 등 중요도가 높은 현장에는 배치플랜트 설치를 허가해 레미콘 수급에 따른 공정 지연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현행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에서는 레미콘 수요가 급증하거나 레미콘을 적기에 공급 받을 수 없어 배치플랜트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사전에 설계도서나 계약서에 이와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만 배치플랜트 설치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더불어 배치플랜트 설치 인허가 권한은 각 지자체에게 있어 유사한 케이스에도 지자체별 결정사항이 달라진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국토부는 레미콘 공급 중단 사태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배치플랜트를 조금 더 원활하게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국책사업 등의 배치플랜트설치에 대한 인허가는 정부가 갖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레미콘 제조업체와 전운련 등 운송사업자의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어 실제 시행 가능 여부는 불투명한데요. 지난해에도 국토부가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개정해 총 레미콘 소요량의 50%만 배치플랜트로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다는 제한 기준을 삭제하려 했으나, 운송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된 선례가 있는 만큼 정부의 구상이 실현 가능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미콘 운송비를 두고 레미콘운송노동조합과 제조사의 갈등이 해마다 계속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양측 모두 착공 현장이 늘어나야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 속에서 건설 전후방 업계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상호 이해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때일 텐데요. 제조사와 운송사업자, 정부가 합심하여 빠른 합의를 도출해내고, 배치플랜트 설치 요건을 완화해 중요 사업장의 공정 지연을 방지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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