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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리포트①] 반복되는 전세사기, 4만 건 육박에도 예방책 제로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특별법 제정 이후 2026년 5월까지 인정된 전세사기 건수가 총 3만9,12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죠. 전세사기는 고액의 보증금과 거주 안정성이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재산적∙주거적 손실을 초래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됩니다. 그럼에도 실효성 있는 예방 제도는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며,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신규 공급 위축 및 공급 절벽이라는 시장구조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전세제도의 구조적 설계 실패’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본 콘텐츠에서는 전세사기가 건설업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와 함께 정부 차원의 해결책 추진 현황을 짚어보겠습니다.

 


 

목차

  1. 누적 3만 9천 건, 횡행하는 전세사기
  2. 사전 예방 입법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3. 국가 지원책, 그러나 작동하지 않는 구제
    1. 정부가 내놓은 사후 구제책
    2. 느린 절차에 반복되는 2차 피해

 


 

1. 누적 3만 9천 건, 횡행하는 전세사기


전세사기는 임대인∙중개인 등 전세 계약 관계자들이 처음부터, 또는 계약 중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 없이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맺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행위를 뜻합니다. 자금 부족으로 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은 반환채무 불이행에 해당하며, 전세사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고의성이 별도로 입증되어야 하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5월, 세 차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총 1,609건을 심의하였고, 그 중 618건을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최종 의결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2023년 6월 특별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최종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 등은 총 3만9,121건으로, 전체 처리 건수 6만4,733건 중 약 60.4%가 피해자로 인정되었습니다. 3억원 이하 소액이 97.6%를 차지했고, 수도권에서 발생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피해자의 75.95%가 40세 미만으로, 2030 청년층이 전세사기 위험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세사기의 대표적 유형으로는 깡통전세, 신탁사기, 이중계약, 대항력 허점 악용, 서류 위조 및 신분 사칭 등이 있습니다. 

 

  • 깡통전세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고,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은 경우 발생합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아 세입자가 강제 경매를 신청해 집이 팔리더라도 기존에 지불했던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하는 손해가 발생하는 것이죠.

 

  • 신탁사기

집주인이 집을 신탁회사에 맡겨둔 채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세입자와 몰래 전세계약을 맺는 수법입니다. 집의 법적 소유권과 처분 권한이 신탁회사에 있는 상황에서 마치 자신이 여전히 소유자인 척 전세 보증금을 챙겨가는 것이죠. 이 계약은 실제 권한자인 신탁회사 없이 체결된 계약이기에 무효로 처리되는데요. 이후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계약을 맺은 피해자는 배당을 받을 수 없고, 대항력도 없어 당장 살 곳이 없어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등기부등본에 "신탁"이 기재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대항력 허점 악용

세입자의 거주 권리인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날부터 유효한 점을 악용해 전세계약 당일 집을 매매하거나 집을 담보로 빚을 내는 수법을 뜻합니다. 이 하루 차이로 은행 또는 새 집주인이 선순위가 되고 세입자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일이 발생하죠. 이에 정부는 전입신고 당일 즉시 대항력을 부여하는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더욱 교묘한 사기 수법이 증가하면서 피해 범위∙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재정적 여건이 여유롭고 정보 접근성이 높은 유명 연예인들조차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사회적 파장을 낳았는데요. 개인의 주의와 노력 만으로는 피해를 예방하기 어려운 구조적 취약성이 전세사기 문제의 본질임이 드러난 것이죠.

 


 

2. 사전 예방 입법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그렇다면 정부는 이러한 전세사기를 왜 막지 못했을까요? 현재 국내 전세사기 예방 장치는 사실상 부재합니다.

 

전세가율은 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을 의미하는데,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깡통전세가 됩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는 이 비율에 대한 법적 상한선이 부재하죠. 때문에 보증금을 아무리 높게 받아도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습니다.

 

이는 HUG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요건상 허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 보험은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시 HUG가 이를 대위 변제해 줄 것을 보증해주는데요. 문제는 가입 조건이 전세가율 100% 이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깡통전세 위험이 높은 주택도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었고, 보험 가입 사실만을 믿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피해를 입은 임차인이 다수 발생했죠. 임대인의 동의가 있어야 가입이 가능한 점도 한계로 지적되었는데요, 사기 의도가 있는 임대인이 반대할 경우 임차인은 이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에 공모한 사례도 상당수 확인되었으나,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 벌금형으로 처리되는 경우 사기 전과를 가지고도 계속해서 중개사 일을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타인의 면허를 대여해 중개사를 사칭하는 행위도 적발된 바 있죠.

 

임대인과 세입자 간의 정보 비대칭 구조가 전세사기 설계를 원활하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다가구주택 등의 경우, 세입자는 계약 전 선순위 보증금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2023년 제도 개선으로 계약 후 주택 전체 세입자의 확정일자 현황을 열람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후 확인은 사기 예방에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임차인이 계약 체결 전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 총 대출 규모 등 재무 건전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부재했는데요. 실제 인천∙수원 등지에서 대규모 갭투자를 반복적으로 실행하던 이른바 ‘빌라왕’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음에도 임차인은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죠.

 

그럼에도 여전히 예방 관련 입법 소식은 잠잠합니다. 최근 2년간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이 전세사기 예방보다 사후 피해 구제와 주택 공급 확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지적됩니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22대 국회의 전반기 주거∙부동산 관련 법안은 405건 발의되었고, 단 18건만 처리되었다고 해요. 전세사기특별법이 30건으로 가장 많이 처리되었음에도 모두 피해 구제에 집중되어 있고,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개정안은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습니다.

 



3. 국가 지원책, 그러나 작동하지 않는 구제


3-1. 정부가 내놓은 사후 구제책


이에 정부는 사후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6일 기준 LH가 매입한 주택은 총 9,033호로, 올해 월평균 807호를 매입하였습니다. 이 제도는 피해자가 LH에 우선매수권을 양도해 경매로 집을 매입하고, 공공임대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시세의 30~50% 임대료로 최장 20년간 거주가 가능하도록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LH가 경매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 받는 경우 그 차익을 피해자 보증금 손실 회복에 사용하죠. 국토부는 지난 2월, 보다 신속한 주택 매입을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피해 구제 속도 향상에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는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데요.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계약은 끝났지만 이 집에 대한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등기로 남기는 것을 뜻합니다. 법원 심사 후 임차권등기명령이 결정되면 등기소에서 해당 집 등기부등본에 임차권 등기를 기재해줍니다. 등기가 완료되면 사기를 당한 집에서 이사를 나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는 것이죠.

 

 

3-2. 느린 절차에 반복되는 2차 피해


그러나 앞선 국가 지원책들은 모두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LH 피해주택매입 제도의 경우 깡통전세는 경매차익이 작아 회복가능 손실 규모가 작고, 다세대주택처럼 한 건물에서 여러 세입자가 피해를 입은 경우 하나의 호실을 매입하더라도 나머지 관리비 체납 등의 문제가 발생해 정상적인 거주가 어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세사기피해법 제정 후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입 집행 실적은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피해주택 매입 사전협의 신청 10건 중 6건은 아직 실제 매입 완료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죠.

 

임차권등기명령의 경우 법원에 신청해 등기가 완료될 때까지 수주~수개월이 소요되는데요. 등기 완료 전 세입자가 이사를 가게 되면 대항력이 소실되어 배당을 못 받을 가능성이 생길 뿐더러, 기존 전세 보증금이 집주인에게 묶여 있는 상태이기에 새 집에 입주하기 위해 필요한 보증금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죠. 법적으로는 세입자가 계약이 끝난 집에서 버티는 것이 정당하지만,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이 기간에 극심한 심적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LH 매입 완료율이 40%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60%는 여전히 임차권등기명령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부가 운영하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피해자 결정 심의 절차가 지연되면서 늑장 심의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는 상황입니다. 현행 특별법은 지자체 조사 30일, 위원회 심의 30일로 신청부터 결정까지 최대 60일, 연장 시 75일로 기한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이 기한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요. 피해자 결정문이 있어야 대출 연장이나 저금리 대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세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사기 피해자의 경우 심의가 지연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사후 피해구제 제도들마저 절차가 지연되며 제대로 된 자구책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전세사기 글은 2편 ‘전세제도 존치 논의’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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