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엔지니어링이 2026년 시공능력평가에서 6위였던 순위를 4위로 두 계단 끌어올렸습니다. 시공능력평가는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건설사별 종합 순위 지표로,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과 신용도 평가의 기준이 되는 만큼 협력업체와 발주처 모두가 주시하는 자료입니다. 지난해 6위까지 내려앉았던 현대엔지니어링이 1년 만에 다시 4위권으로 올라선 데는 스스로 만들어낸 성과가 있었고, 여기에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무엇을 잘해서 순위가 올랐는지, 어떤 요인이 더해졌는지, 그리고 아직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확인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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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인용한 매출·영업이익·부채비율 등 재무 수치는 연결재무제표(해외 종속회사 실적 포함) 기준으로 하여 작성하였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번 2026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11조53억원의 평가액으로 종합 4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0조1417억원으로 6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평가액은 8.5% 늘고 순위는 두 계단 상승한 결과입니다.
이번 순위 상승에서 가장 두드러진 항목은 공사실적평가액입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원자료를 보면 이 항목은 5조5179억원에서 6조459억원으로 9.6% 늘었습니다. 공사실적평가액은 최근 3년간의 건설공사 실적에 연차별 가중치(1년 전 1.2배, 2년 전 1.0배, 3년 전 0.8배)를 적용해 산정하는 항목으로, 평가 순위가 4위와 7위 사이를 오가는 동안에도 꾸준히 우상향한 지표입니다. 2021년 2조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026년 평가금은 5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사실 현대엔지니어링에게 4위는 낯선 자리가 아닙니다. 2021년 6위로 출발해 2022년 7위까지 내려갔다가, 2023년과 2024년에는 4위를 지켰습니다. 이후 2025년 6위로 밀려났고, 이번에 1년 만에 다시 4위로 복귀했습니다. 공사실적평가액은 국토부가 별도 기준으로 산정하는 지표라 사업보고서상 매출액과 그대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항목이 늘어난 배경을 사업보고서를 통해 살펴보면, 특히 해외 플랜트·인프라 부문에서 눈에 띄는 개선이 확인됩니다. 2025년 해외 플랜트·인프라 매출은 2조2650억원에서 3조5510억원으로 1년 새 56.8% 늘었는데 이러한 해외 플랜트 부문의 실적 개선이 공사실적평가액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사우디 아람코의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패키지-2, S-Oil 샤힌 프로젝트 PKG-1·PKG-2 등 대형 석유화학 플랜트를 잇달아 수주했습니다. 이런 사업들은 아직 진행률이 절반에도 못 미쳐, 앞으로도 몇 년간 기성(실제로 완료된 공사 물량)이 꾸준히 쌓이며 앞으로도 공사실적평가액을 밀어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공사실적평가액이 2026년뿐만 아니라 5년 내내 꾸준히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전체 매출액 자체가 2021년 7조3551억원에서 2025년 13조8965억원으로 5년 사이 거의 2배로 커졌는데, 그 성장을 이끈 주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2022~2024년에는 건축·주택 부문이 성장을 주도했습니다. 특히 미국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공장(HMGMA) 신축공사가 2조859억원, 관련 모비스 공장 공사가 9036억원 규모로 진행되며 이 기간 건축·주택 매출을 4조2432억원(2022년)에서 9조9752억원(2024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 공사들이 2023~2024년 사이 90%대 진행률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2025년부터는 앞서 살펴본 사우디·S-Oil의 중동 플랜트 사업들이 그 성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셈입니다.
즉 공사실적평가액이 매년 오른 것은 어느 한 부문의 반짝 실적이 아니라, 건축·주택에서 플랜트·인프라로 성장 동력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며 회사 전체 매출 규모 자체가 계속 커져온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경영평가액 개선도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해당 항목은 2022년도 5조1438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도 5조995억원으로 보합, 2024년도 3조2426억원으로 꺾이기 시작해 2025년도에는 9036억원까지 떨어지며 2년 연속 급격하게 하락하였습니다. 그러다 2026년도에 1조6633억원으로 84.1% 반등한 모습입니다.

이 흐름의 실제 배경은 부채비율에 있습니다. 부채비율은 2021년 67.6%에서 2022년 82.4%, 2023년 108.0%, 2024년 241.3%까지 4년 내내 나빠지다가 2025년 219.7%로 처음 개선됐는데(연결재무제표), 이 방향과 시점이 경영평가액의 등락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부채비율이 나빠진 이유는 해마다 성격이 달랐습니다.
2023년에는 신규 현장을 대거 수주하며 아직 정산되지 않은 매입채무가 쌓인 것으로,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따라온 부채였습니다.


*위 사진은 별도(개별)재무제표 기준 수치로, 본문의 연결기준와 차이가 있는 참고용 자료입니다.
하지만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에서 예상보다 공사비가 훨씬 많이 든다는 걸 뒤늦게 파악해 그 초과분을 한꺼번에 손실로 처리했고(빅배스), 여기에 자금 경색에 대비해 미리 빌려둔 단기차입금(5200억원)까지 합쳐져 부채비율이 108%에서 241%로 두 배 넘게 오른 것입니다.

2026년도 평가(2025년 실적 기준)의 개선은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입니다. 영업이익 2779억원을 내며 흑자로 전환해 이익잉여금이 1조5826억원에서 1조8549억원으로 늘었고, 이익이 늘어난 속도가 부채가 늘어난 속도보다 빨라 부채비율도 241.3%에서 219.7%로 낮아졌습니다. 이 개선은 재무제표 상의 다른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24년 -8.4%에서 2025년 2.0%로 돌아섰고, 유동비율도 115.3%에서 126.9%로 높아지며 단기 지급능력도 함께 좋아졌습니다.
다만 이번 개선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2025년 신규 수주가 전년보다 40.9% 줄고 수주잔고도 29.1% 축소된 데다,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채권을 합쳐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아 현금흐름은 오히려 악화됐습니다. 안성 붕괴사고에 따른 3개월 영업정지(2026년 8월 5일~11월 4일)가 예정대로 발효되면 신규 수주 자체가 당분간 제약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채비율도 여전히 2021~2023년 수준(67.6~108.0%)의 두 배를 넘는 상태라, 다음 시공능력평가에서 경영평가액이 더 오를지는 수주잔고 회복과 현금흐름 정상화, 영업정지 처분의 실제 효력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번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살펴보면, 3위부터 6위까지는 평가액 격차가 크지 않았고 기존의 순위 변동 흐름을 고려해볼 때 언제든지 다시 바뀔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3위였던 대우건설과 4위였던 DL이앤씨는 항목별로 보면 부진한 지점이 서로 달랐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이 나란히 두 계단씩 오른 사이, 정확히 그 자리를 대우건설과 DL이앤씨가 내준 셈입니다. 시공능력평가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적인 순위 싸움이라, 경쟁사의 부진이 고스란히 반사이익으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2024년의 기저효과도 있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영평가액이 84.1% 늘었다는 수치 자체가, 2024년 실적이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경영평가액이 각각 5조1000억원대, 3조2000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회복은 아직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반등입니다. 현재 1위 삼성물산(34조8785억원)과 2위 현대건설(18조2714억원)은 이번에도 순위 변동이 없었습니다.
또한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평가액 차이는 615억원에 불과할 만큼 3~6위권 경쟁이 치열해서, 이런 항목별 성과와 경쟁사 사정 하나하나가 앞으로도 순위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순위 상승에도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 뒤에는 해결되지 않은 여러 숙제가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는 신뢰입니다. 신인도평가액은 2조1283억원에서 1조9002억원으로 10.7%, 기술능력평가액은 1조5920억원에서 1조3959억원으로 12.3% 줄었는데, 2025년 초 경기 안성 세종포천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의 영향이 컸습니다. 이 사고로 서울시는 현대엔지니어링에 토목건축공사업 분야 3개월 영업정지(2026년 8월 5일~11월 4일) 처분을 내렸는데, 처분 전 체결·착공한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고 회사는 집행정지가처분 신청 등으로 대응할 방침입니다. 회사는 "안전과 품질은 회사가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라고 밝히며 재발 방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자금입니다. 흑자 전환은 이뤄냈지만, 그 이익이 아직 현금으로 온전히 들어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략 마이너스 9871억원으로 악화됐고, 미청구공사채권(1조1383억원)과 매출채권(2조8562억원)을 더해 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아직 회수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발주처도 대금을 지급할 예정이지만, 정산이 늦어져 정작 수중에는 현금이 부족한 것입니다.
세번째는 다음 성장동력입니다. 앞서 짚어봤던 것처럼 현대엔지니어링의 2025년 수주 잔고는 전년대비 축소된 상태입니다. 게다가 지금의 성장을 이끄는 해외 플랜트 사업에는 그만큼 리스크도 따라붙는 것도 불안 요인입니다. 폴란드 폴리올레핀 프로젝트, 말레이시아 전력 프로젝트 등과 관련해 각각 7000억원대 규모의 국제 중재가 진행 중인데, 만약 대형 프로젝트 하나가 난항을 겪으면 실적 전체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결국 다음 시공능력평가에서 이번 상승이 이어질지는, 진행 중인 해외 사업들이 얼마나 무리 없이 완공되고 자금을 회수하는지, 그리고 안전 관리에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시공능력평가는 왜 중요한가요?
A. 시공능력평가는 국토교통부가 매년 발표하는 건설사별 종합 순위로,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과 관급공사 수주, 신용평가 등에 직접 활용됩니다. 당해년도(N) 평가는 전년도(N-1년)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되며, 통상 7월 말 발표돼 8월 1일부터 공공공사 입찰과 민간 시공사 선정 등에 적용됩니다.
Q. 영업정지 처분이 신규 거래에 영향을 주나요?
A. 이번 3개월 영업정지(2026년 8월 5일~11월 4일)는 토목건축공사업 분야의 신규 계약·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처분입니다. 처분 전 이미 체결됐거나 착공한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이 집행정지가처분 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예고한 만큼, 신청이 인용되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영업정지 효력 자체가 멈춰 실제로는 영업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규 거래를 검토 중이라면 이 소송 진행 상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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