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인 건설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은 폭풍의 중심에 서있는 상황인데요. 지난 6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경기실사지수는 서울이 89.2, 지방이 68.2로 높은 격차를 보였죠. 이러한 지방건설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지역의무공동도급 등의 조례를 두고 있습니다. 과연 이 조례, 실제로도 취지에 맞게 작용하고 있을까요? 본 콘텐츠에서는 지역의무공동도급 제도가 지방 건설사에 비치는 영향과 그 실효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업체의 실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요. 대형공사 의무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으로 상향하고,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역제한 입찰이 가능한 사업은 100% 지역 업체 참여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994년 처음 시행된 지역의무공동도급은 국가나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할 때 원도급사가 해당 지역에 소재한 중소건설업체와 일정 비율 이상 공동수급체(컨소시엄)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입니다. 즉 대형사가 단독으로 수주하지 않고 지역업체와 손을 잡아야 수주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에요. 이는 지방의 중소 건설업체를 보호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대형사와의 협력기회를 통해 기술 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는데요. 발주기관이 정한 최소 지분율만큼 지역업체가 공동수급체에 참여해야 하고, 이 비율은 지방계약법에 근거합니다. 자격을 갖춘 지역업체가 일정 수 미만이면 해당 제도를 적용하지 않거나 비율을 낮출 수 있는 예외 규정도 존재하죠. 다만 이 예외 규정이 국가계약과 지방계약에서 다르게 작동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및 행정안전부는 지난 2025년 말, 지역제한경쟁입찰이 가능한 공사 기준을 기존 88억~100억원에서 150억원 미만으로 상향하는 지역업체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올해 4월부터 이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어요. 그러나 지역 내 소규모 업체의 반응은 잠잠했는데요. 지역제한 기준이 88억~10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상향됨에 따라 입찰 참가에 필요한 기준도 상향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시공실적이 좋은 다른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지역제한이 생긴 현재 타지역과의 파트너십이 불가능해졌어요. 이에 지역 내 상위업체만 단독입찰로 독식하는 양극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죠.
또한 국가계약법은 예외 규정의 하위기준이 없어 실질적 적용이 어려운데요. 즉, 임의규정인 제도를 어떤 조건일 때 적용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세부 규정이 없어 적용 의무가 순전히 지자체의 자발성에 맡겨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지역입찰제한의 구간이 150억원으로 넓어지기 이전부터 발생해왔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가 발주한 31억원 규모 포장유지보수공사에 지역의무공동도급을 적용하지 않아, 도내 업체가 가져갈 수 있었던 약 10억원의 일감이 지역 외 업체로 넘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강원도교육청의 수의계약 건수 중 외지 업체 비율이 2024년 17.5%로 전년보다 2.4%포인트 높아진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는 유사한 지역업체 소외현상이 존재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의무 적용 구간이 150억까지 넓어진 만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지역의무공동도급이 정말 지역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수주 기회를 물어오고 있을까요?
몇몇 지자체는 해당 조례의 이행이 ‘권고’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간 모습을 보였는데요. 지역업체 하도급 비율을 70%로 상향한 뒤, 이를 입찰 공고에 명시하고, 이행 여부까지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인센티브를 연동하면서 사실상 의무처럼 운영하고 있죠. 전북은 기존 권고 방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꿔 도내 건설업체 참여 실적에 따라 용적률을 최대 20%까지 상향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였습니다. 부산은 ‘2026 부산형 지역 하도급 점프업’ 추진 계획을 실행하며 관급공사의 경우 지역 하도급률을 90%까지, 민간 공사의 경우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특히 대구는 지난해 12월부터 ‘건설사 3색 신호등제’를 도입해 매월 하도급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지역 하도급률에 따라 녹색, 황색, 적색의 신호를 부여함으로써 지역업체 활성화 방안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고 있어요.
그러나 실적은 아직 제도가 완벽히 자리잡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25년 전체 건설수주액의 62.5%가 수도권에 집중되었고, 지방공사가 수도권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 실정이에요. 지역업체의 위기는 실적으로도 드러나고 있죠. 실제 지난 2025년 전북 전문건설업체의 기성실적은 2조 4,338억원으로 전년보다 11.8% 줄었고, 종합건설업체는 3조 7,894억원으로 0.6%의 감소폭을 보였습니다. 실적이 감소한 데에 더해 전문건설사와 종합건설사 간의 격차 또한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왝더독(Wag the Dog,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 현상이 부작용으로 드러났는데요. 지방에 건설사 모수 자체가 적다 보니 지방건설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대형사가 구속되어 효율적인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해요. 실제 강원특별자치도 도로공사에서는 지역의무공동도급 비율이 이례적으로 22%로 책정되었는데요. 강원 소재 자격업체가 정확히 10개사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의무공동도급제는 자격업체가 10개사 미만이면 아예 적용하지 않는 규정이 있는데, 이번 케이스는 간신히 10곳을 채우다 보니 그중 가장 규모가 작은 업체(시공능력평가액 기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비율 자체를 낮추게 된 것이죠. 통상적으로 지역업체의 몫이 40~49%로 할당되는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으로 파이가 작아진 것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입찰담당자는 “여러 대형사가 동시에 제안하다 보니 오히려 지역업체가 ‘조건을 더 봐야겠다’며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역업체 참여도 평가를 강화한 것도 마찬가지로 부작용을 보였습니다. 지역업체의 참여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와 다르게 발주처가 요구하는 시공능력평가액(이하 시평)을 갖춘 지역업체 수가 한정되어 있는 문제로 인해 오히려 참가 가능한 업체 수가 인위적으로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시평 기준을 맞추는 몇몇 지역업체를 먼저 확보하는 쪽이 사실상 공사를 따내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지역업체 간의 서열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죠. 업계 관계자는 “지역참여 확대가 실제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참여 가능한 업체 풀부터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도 설계의 허점뿐 아니라 운용 과정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022년에도 이미 일부 지자체가 조례를 앞세워 원도급사에 인허가 지연이나 벌점을 매기는 식으로 압박한 사례가 있었는데요. 이런 페널티 연계 방식의 하도급 관리 체계는 지금도 여러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어, 운용 여하에 따라 압박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짚어볼 만합니다.
이처럼 지역의무공동도급은 조례에 숫자로 명시되어 있지만, ‘권고’에 머무르며 구속력을 잃고 있습니다. 하위기준이 없는 예외 규정은 여전히 지자체의 자발성에 기대고 있고, 용적률 인센티브나 신호등제처럼 실효성을 견인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지만 자격업체 자체가 적은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기회마저 소수에게 쏠리는 상황입니다.
결국 지역의무공동도급이 지방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명시된 숫자를 실제로 지키게 만드는 장치가 함께 갖춰져야 하죠. 앞으로 하위기준이 얼마나 촘촘해지는지, 그 규정들이 현장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하겠습니다.
이 글은 산군 콘텐츠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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