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월 13일 조기착공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PF 대출 지원, 기부채납 완화, 정비사업 패스트트랙 등 다양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서초 서리풀지구, 과천 경마장 개발처럼 규모가 큰 현장들은 재원 미확정, 주민 반발, 후속 행정절차 같은 변수로 조기착공이 쉽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글에서는 조기착공 대책의 핵심 내용과 대표 현장 3곳이 부딪힌 걸림돌을 정리했습니다.
목차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국무조정실, 재정경제부는 8월 13일 합동으로 주택 공급 조기착공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착공을 서두를수록 더 큰 혜택을 주는 방식입니다.
우선 서울·경기 소재, 전용 85제곱미터 이하이면서 분양가 9억 원 이하인 사업장은 2027년 이전에 착공하면 PF 대출금리를 1퍼센트포인트, 2028년에 착공하면 0.5퍼센트포인트 지원받습니다. PF 보증·자금지원 규모도 기존 연 26조 3천억 원에서 47조 8천억 원 이상으로 확대되고, 주거사업장 PF 보증비율은 기존 90~9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2027년 말까지 한시 상향됩니다. 보증 승인 후 3개월 안에 착공하면 보증수수료를 추가로 10퍼센트 인하해 주는 제도입니다.

부실·미분양 위험 사업장을 정리하기 위한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도 재정 1조 5천억 원과 민간 1조 5천억 원을 합쳐 3조 원 이상 규모로 새로 조성됩니다. 여기에 수도권 사업장은 2027년 이전 사업승인 시 기부채납 비율을 4퍼센트포인트, 2028년 승인 시 2퍼센트포인트 완화받고, 개발부담금은 2027년 이전 착공 시 전액 면제, 2028년 착공 시 50퍼센트 감면됩니다.
쉽게 말하면, 사업성이 나빠 멈춰 선 곳은 정부 돈으로 정리를 돕고, 서둘러 착공하는 곳은 땅을 내놓거나 부담금을 내는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뜻입니다.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에서는 조합설립 동의율 요건이 기존 75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완화됩니다. 2028년 이전 착공하는 사업에 한해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기본형건축비의 80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상향되고, 취득세는 2027년까지 전액 면제, 2028년까지는 75퍼센트 감면됩니다.
공공택지는 지구 지정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68개월에서 37개월로, 31개월 단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동안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지구지정(12개월→4개월)과 지구계획(24개월→13개월)을 병행 처리로 바꾸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노후 공공청사·국유지·군부지를 활용한 도심 유휴부지 조기 개발도 함께 추진되고 있습니다.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 노원구 태릉CC, 성남 금토·여수지구, 그리고 과천 경마장 부지 등에서 총 6만 호가 발굴됐습니다. 이 가운데 절차가 가장 더디게 진행되는 곳이 바로 과천 경마장인데, 자세한 내용은 5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수도권에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135만 가구가 착공에 들어가야 합니다. 다만 이런 지원책과 절차 단축 방안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현장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비사업, 그린벨트 해제 택지, 유휴부지 개발이라는 세 유형을 각각 대표하는 현장을 짚어보면, 제도만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지점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살펴볼 세 현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비사업 쪽에서는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추진한 지 20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착공 전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재건축이 된다면 최고 49층, 총 5,850세대(공공임대 909가구·공공분양 195세대 포함) 규모의 대단지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은마아파트는 1999년 재건축 논의를 시작한 뒤 안전진단에서 세 차례 탈락해 2010년에야 겨우 통과했고, 이후에도 조합이 원한 49층 계획이 서울시의 최고 35층 제한과 맞서면서 2017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계획이 반려되는 등 20년 넘게 표류했습니다. 결국 주민투표로 층수를 일단 35층으로 낮췄지만 이 안마저 다시 보류되면서 정체가 이어졌고, 2023년 서울시가 층수제한 자체를 폐지하면서야 절차에 속도가 붙었습니다.
이후 정부·서울시의 정비사업 패스트트랙(신속통합기획,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등)이 적용돼 2024년 신속통합기획 자문 신청, 2025년 조합원 84퍼센트 동의로 패스트트랙 확정, 2026년 3월 통합심의 조건부 통과, 7월 2일 사업시행계획 인가까지 비교적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착공 목표가 2028년으로 나왔다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도 관리처분계획 인가, 조합원 이주, 철거 같은 행정절차가 남아 있어 통상 2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상가 소유주와의 이해관계 조정, 공공분양·공공임대 물량 배분을 둘러싼 조합 내부 논의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제도적 지원이 있다고 해도 쉽사리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린벨트 해제 택지 쪽에서는 서초 서리풀지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 일대 221만 제곱미터 그린벨트를 해제해 조성하는 이 사업은 1지구 1만 8천 가구, 2지구(우면동) 2천 가구를 합쳐 총 2만 가구 규모입니다. 1지구는 2026년 6월 지구지정이 끝나 착공 2029년, 입주 2031년을 목표로 하고 있고, 2지구는 통상 56개월 걸리는 절차를 단축해 착공을 당초보다 2년 앞당긴 2028년 12월로 잡았습니다.
>>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1만 8,000호 - 12년 만에 풀린 서울 그린벨트
서리풀지구는 2024년 11월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그린벨트 해제 계획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12년 만의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주목받았고, 2026년 2월 2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고시되면서 절차가 본격화됐습니다. LH는 2025년 5월 '서울서리풀사업단'이라는 전담조직을 신설해 사업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인 송동·식유촌 마을과 천주교 12지구 성당 부지의 강제 수용 우려입니다. 주민 9,500여 명이 반대 청원을 제출했고, 일부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2027년까지 세부 인허가 절차를 거치는 것이 계획이지만, 그 사이 보상 협의와 주민 동의 절차가 얼마나 원만하게 마무리되는지가 실제 착공 시점을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유휴부지 개발 쪽에서는 과천 경마장 통합개발이 대표적입니다. 과천 경마장(115만 제곱미터)과 인접한 국군방첩사령부 부지(28만 제곱미터)를 통합 개발해 총 9,800가구를 짓는 사업입니다. 정부는 2026년 1월 29일 이 계획을 처음 공식 발표하며 '첨단 직주근접 기업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맵대로라면 2026년 마사회 이사회 의결, 2027년 이전 부지 확정, 2028년 착공, 2029년 경마장 이전과 동시에 주택 착공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재원입니다. 마사회는 이전에 2조 4천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고, 정부는 과천 부지 매각대금을 활용하기 위한 마사회법 개정과 연 2,138억 원 규모 레저세 감면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전 후보지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에 명확한 사업 계획을 세우기 힘든 상황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 사회의 반발입니다. 과천시의회는 개발로 인한 주거환경·교통 문제를 이유로, 마사회 노동조합은 말산업 종사자의 생계와 고용 문제를 이유로 각각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와 과천시는 2026년 2월 교통협의체를 구성해 5월까지 지자체 건의사항을 접수했고, 8월 초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총량 예외 심의도 진행하는 등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리해보면, 과천 경마장 개발 사업은 재원과 이전 부지라는 두 조건이 아직 함께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는 6개월 안에 구체적인 이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두 조건이 갖춰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조합설립 동의율을 75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완화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요?
A.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일정 비율 이상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준이 낮아지면 그만큼 반대하는 소유자가 있어도 조합 설립 자체는 더 쉬워지지만, 은마아파트 사례처럼 조합 설립 이후에도 관리처분·이주·철거 등 절차가 남아 있어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이 한꺼번에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Q. 과천 경마장 개발은 언제 착공될 수 있나요?
A. 정부 목표는 2029년이지만, 경마장 이전 후보지 확정(9월 예상)과 이전 재원 마련(마사회법 개정, 레저세 감면 여부)이라는 선행 절차가 남아 있어 현재로서는 구체적 시점을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관련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의역군에서 매일 업데이트 되는 건설 정보를 통해 소식을 확인해보세요.

집값 상승과 주거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결국 공급이 늘어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정부가 금융 지원과 절차 단축까지 동원해 조기착공을 유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다만 은마아파트, 서리풀지구, 과천 경마장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급까지 가는 과정은 대책 한 번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이해관계 조정, 주민 동의, 재원 마련처럼 사업마다 성격이 다른 변수가 겹쳐 있고, 이런 변수가 하나씩 풀려야 비로소 착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조기착공 대책의 실제 성과는 발표 시점이 아니라, 이후 개별 현장에서 이런 변수들이 얼마나 순조롭게 풀려나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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